책들의 우주/비즈

스펜트 Spent - Sex, Evolution, and Consumer Behavior

지하련 2011. 12. 13. 19:39


스펜트 Spent - Sex, Evolution, and Consumer Behavior
제프리 밀러(지음), 김명주(옮김), 동녘사이언스

스펜트 - 8점
제프리 밀러 지음, 김명주 옮김/동녘사이언스


진화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서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소비 행위에 대한 진화심리학자의 해석서? 여하튼 책은 무척 재미있다. 책 표지에 적힌 말대로 ‘마케터에게 필요한 것은 다윈’일 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을 요약하자면, 현대의 소비주의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해석은 '과시적 행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이는 다시 '짝짓기의 열망'으로 이어진다(짝짓기의 보이지 않는 열망이 인간의 ‘과시적 행위’를 불러일으키고 현대 사회의 소비 밑바닥에는 이러한 것이 숨겨져 있다는 것).

마치 공작의 꼬리가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지만, 짝짓기에는 유리하게 작용하듯이,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명품에 대한 소비는 이것을 드러냄으로 나는 짝짓기에 우월한 형질을 획득했음을 과시적으로(허위적으로) 드러내기 위함이다.

책의 중반 이후부터 제프리 밀러는 과시적 행위(소비)에 대한 각각의 개인차를 알 수 있는 인간의 형질을 6가지로 제시한다. 이는 일반지능(IQ), 개방성, 성실성, 친화성, 정서적 안정성, 외향성 등이다.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지만, 너무 일반적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식의 평가 차트는 이미 너무 많고, 저자가 제시한 예시만으로는 그가 이야기한 6가지 차원만으로 기업의 마케터를 움직이긴 어려울 듯싶다.

책은 과시적 소비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들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 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기분이 마냥 좋다고 할 순 없다. 그는 모든 인간의 행위들이 짝짓기를 위한 과시 행위의 반영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프리 밀러 식의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는 인간은 동물에서 한 발짝도 진화하지 못한 채, ‘우린 동물이 아니예요’라는 궁색한 변명을 하기 위해 지성을 택하고 문화를 발전시킨 꼴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현대의 반역사주의 속에 진화심리학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화심리학의 내용은 흥미로우나, 반역사주의, 반인간주의 경향을 드러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몇 권의 책을 더 읽어봐야겠지만.  





http://www.unm.edu/~psych/faculty/lg_gmiller.html : 제프리 밀러 교수의 페이지이다. 밀러 교수의 연구 논문들을 pdf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