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로르까와 함께 5월 어느 오후

지하련 2012. 5. 12. 18:39





조심스럽게, 상냥한 오월의 바람이 녹색 이파리 끝에 닿자, 이미 무성해진 아카시아 잎들이 놀라며, 스치는 바람에게 지금 칠월이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반팔 차림의 행인은 영 어색하고 고민스러운 땀을 연신 손등으로 닦아내며, 건조한 거리를 배회하고, 길가의 주점은 테이블을 밖으로 꺼내며, 다가올 어지러운 마음의 밤을 준비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이야기했지만,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2012년 5월 어느 날, 그 누구도 듣지 않고 말만 했다. 말하는 위안이 지구를 뒤덮었다. 


아스팔트 아래 아카시아 나무 뿌리가 바람에 이야기를 건네었지만, 땅 위와 아래는 서로 교통이 금지되었고, 학자들은 그것을 모더니티로 담론화시켰다. 


 


(이제서야 로르카의 시가 읽히다니... 1996년도에 산 시집인데..)




연 가 





내 입맞춤은

깊이 틈새 벌린 석류,

네 입술은 

종이 장미였다네.


눈 덮인 들녘 땅.


내 양손은 

모루를 향한 무쇠;

네 육신은 

종소리 울리는 낙조였다네.


눈 덮인 들녘 땅.


구멍난 푸른 빛 해골 속에

종유석은 

사랑하는 당신 모습을 만들었다네.


눈 덮인 들녘 땅.


철없던 내 꿈들은

곰팡이가 가득 피고,

솔로몬 같은 내 고통은

달에까지 사무쳤다네.


눈 덮인 들녘 땅.


지금 나는 나의

사랑과 나의 꿈을

정상을 향하며

신중히 길들이네

(눈 없는 어린 말들)


눈 덮인 들녘 땅. 


- 가르시아 로르카, 1921년 (김현창 옮김, 청하, 199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