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위대한 전략의 함정 The Strategy Paradox, 마이클 레이너

지하련 2013. 1. 17. 13:31

위대한 전략의 함정 - 10점
마이클 레이너 지음,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옮김/청림출판




위대한 전략의 함정 The Strategy Paradox, 마이클 레이너(지음),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옮김), 청림출판 





오랜만에 읽는 딱딱한 경영 서적이었다. 작년 이맘 때 제프리 페퍼의 책들을 읽고 있었는데, 이번엔 마이클 레이너다. 순수 전략 경영 서적인 관계로 딱딱하고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례 분석으로 시작해 전략적 불확실성, 그리고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옵션, 조직적 차원의 대응,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이어지는 이 책은 '불성실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나같이 영어 책 읽는 속도가 턱없이 느린 이들에겐 강력하게 추천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결과적으로 당시 소니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분야에 총력을 기울인 것은 지극히 올바른 결정이었다. 

즉, 기본적인 경쟁 전략 규칙에 따르면 소니는 전략적 분석 및 이행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소니가 실패한 것은 전략이 잘못되서가 아니라 오히려 훌륭해기 때문이다. 소니는 전략 패러독스에 굴복했던 것이다. 

- 49쪽 



마이클 레이너는 소니의 실패가 전략 수립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전략 자체에 패러독스가 존재하며, 그것은 우리가 한 치 앞의 미래도 정확하게 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도 진단한다.


 

가장 이익이 되는 전략은 제품 차별화 혹은 비용 우위 가운데 하나를 차지하려고 전념하는 극단적인 전략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입장은 전략적 위기를 증가시켜 높은 파산 가능성에 회사를 노출시킨다.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두기에 가장 적합한 전략은 높은 실패 가능성 또한 품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전략 패러독스다. 

- 94쪽 




결국 살아남은 기업의 성과만을 관찰하는 셈인데, 이런 현상을 '생존 오차survivor bias'라고 한다. 순수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이 평균적으로 더 높은 성과를 보인다는 관찰 결과는, 불가피하게 파산하지 않은 기업의 수익 통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 104쪽 



따라서 사례 분석(case study)에 기반한 경영 전략 수립은 100%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전략 수립의 무용론까지 언급한다. 



전략에는 조직이 원하는 미래상이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이다. 모든 계획은 미래 중심적인데, 미래에 대한 생각은 사실 예측, 예상, 가정, 추정의 형태로만 이루어진다. 때문에 전략 수립을 위한 예측이 쓸모없다는 지적은 전략 계획의 많은 부분이 시간 낭비일 뿐만 아니라 대단히 위험하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 145쪽 



작년 나를 사로잡은 단어들 중의 하나인 'Honda Effect'. 혼다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여 성공한 것이 완벽한 전략 수립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조직적인 차원에서의 기민한 대응이라는 분석을 일컫는 단어로, 완벽한 전략 수립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빠르게 대응하는 것 또한 중요함을 가르쳐준 사례로 알려져 있다. 


마이클 레이너의 생각과 이와 비슷하다. 



전략적 불확실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기업은 불확실한 요소에 직면했을 때, 목표에 집중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그 대신 불확실성에 따라 활용하거나 버릴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을 창출해야 한다. 

- 263쪽 



그리고 그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제안한다. 


이 책은 간단하게 보자면, 불확실한 시장 앞에서 기업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서술한 책이고, 그것은 새로운 옵션 창출(시나리오 플래닝에 기반한), 그리고 조직 변화를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조직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으나, 마이클 레이너는 성공 사례로 제시된 존슨앤존슨의 JJDC처럼, 불확실성만을 관리할 수 있는 계열사나 부서/조직이 있어야 된다고 말한다. 


아이폰이라는 불확실성 앞에서 노키아는 무너졌고 삼성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살아남았다. 이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빠른 조직적 변화 -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의 빠른 시장 출시'라는 목표 변경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 변화 - 가 가능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결국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마치 미래를 향한 주사위와 같이 변할 수 있고, 소니의 사례는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전략의 폐기를 주장하진 않는다. 다만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관리하고 대응해야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