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이미지 속의 삶

지하련 2013. 7. 4. 09:11



한동안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전날 밤 꿈 속 사건을 실제로 일어난 사건으로 여기며, 며칠 지내다가, '아, 그건 꿈이었지'하는 식이었다. 다행히 그건 몇 달 가지 않았고 그것으로 인해 큰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다. 단지 더 쓸쓸해진 것 뿐. 


대한민국의 회사원들이, ... 아니 지난 수십년 간 IT 기술에 기반한 급격한 정보화, 신자유주의로 인한 경쟁의 격화로 인해 OECD 대부분의 국가 지식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심해졌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해졌다. 나도 나이가 들고 직무가 늘수록 그런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 그렇게 늙어가고 있었다. 


출근길 카페에 들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왔는데, 마실수록 속이 쓰려오는 것이 내 현재를 말해주는 것 같기만 하다. 


잠시의 위안을 얻기 위해 사진을 뒤진다. 그리고 ... 레티티아 몰레아르 Laetitia Molenaar. 에드워드 호퍼의 세계가 이 세상에 존재함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가다. 



충무로 사진 축제 때 극동빌딩에 전시되었던 모습. 


아래는 실제 작품 사진. 

Second Story Sunlight, 2012 © Laetitia Molenaar 

http://lejournaldelaphotographie.com/entries/9529/laetitia-molenaar-here-comes-the-sun 




Summer Evening, 2012 © Laetitia Molenaar



저 작품 사진 속에 내가 들어간다면... 오스카 와일드의 세계다. 19세기말 유미주의자들의 세계. 삶은 예술을 닮아가다가 예술 속에 묻힌다. 보드리야르는 그것을 시뮬라크르라고 말했지. ~... 마치 쓸쓸함 속에 우리가 묻혀 침묵 속에 살아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