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호모 모빌리언스, 이민화

지하련 2013. 7. 6. 16:50
호모 모빌리언스 Homo Mobilians - 8점
이민화 지음/북콘서트




호모 모빌리언스

이민화(지음), 북콘서트 




흥미로운 책이다. 일종의 스케치이지만, 읽을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순전히 '책'이라는 측면에서 완성도로 따지자면, 이 책에 대한 평점은 떨어진다. 책 중간에 다른 지면에 쓴 기고문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하고 역사 이야기를 했다가 스마트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일종의 스케치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그런데 이 스케치가 가치 있고 흥미로우며 읽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자극하기 충분하다면, 이 책의 가치는 달라질 것이다. 이민화 교수의 다재다능함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 책은 복잡계,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변화를 저자 나름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를 지속시키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리한 스케치이다. 


'호모 모빌리언스의 세계는 융합의 세계다. 천지인이 융합하고, 공사가 융합하며, 기업과 사회가 융합하고, 국가 전체가 융합하는, 더 나아가 세상이 융합한다. 융합은 벽을 허물어야 한다. 이는 기득권이 권력을 내려놓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군사기밀과 개인 정보를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민간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 연결성API를 제공한다면, 서울 버스와 같은 수많은 민간 서비스가 탄생할 것이다.

바로 정부 2.0의 패러다임이다. 정부 2.0을 통해 국민과 정부가 융합한다. 모든 사람의 스마트폰 속에 정부가 들어오고 모든 사람은 스마트폰을 통해 정부와 상호 작용을 한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국가 자원을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공개는 썩지 않는 선순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다양한 정보들이 한 데 어우러져 저자의 생각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책은 논리적 완성품'이라는 관점을 버린다면, 이 책은 재미있고 많은 정보들과 새로운 고민들을 얻게 되는 유익한 독서 경험을 안겨 줄 것이다. 


흥미롭게 읽었던 두 구절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 교육에서 반값 등록금 논쟁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대학 졸업생들의 재교육 비용이다. 연간 30만 취업생들의 평균 18개월에 달하는 재교육 비용은 줄잡아 30조에 달한다. (84쪽) 


- 전체는 안정적이고 부분은 혁신적이 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애플의 앱스토어이다. 애플의 앱스토어 플랫폼 자체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그 플랫폼 위에 있는 50만 개가 넘는 앱들은 혁신적이다. 그 앱들은 수많은 실패 속에서 일부분이 성공한다. 실패한 앱 개발자들은 다시 재도전할 수 있다. (2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