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hinking/조직, 리더십

긍정적 반성과 부정적 반성

지하련 2013. 10. 16. 10:29



많은 일들을 기획하고 진행하지만, 그 많은 일들 상당수가 뜻대로 안 된다. 얼마 전 읽은 컨설팅 회사의 리포트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시도하는 IT 프로젝트의 70%가 실패하거나 취소된다고 적고 있다. 현재 내가 몸담은 곳은 이런 IT 프로젝트를 수주해 납품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수행한다. 그런데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다.내가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수에는 한계가 있고 고객은 나에게 불만을 이야기하니, 결국 내 불만만 쌓여가고 있다. 이제는 관리자들까지도 믿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는 커뮤니케이션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과도 같다. 그리고 표지판을 뚫어지게 쳐다본 지도 한 두 달이 지나고...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포지션은 고객은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어야 하며, 내부 담당자들은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야 한다. 결국 히딩크의 말대로 '축구는 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하'듯,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는 것은 '진실된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리고 커뮤케이션 손실을 막기 위해 객관적인 단어로 작성된 문서로 이를 지지해야 한다.


막상 이 쪽으로 들어와보니, 이렇게 진행하는 게 내 뜻대로 쉽지 않다. (실은 모든 프로젝트가 다 그렇겠지만) 그리고 프로젝트 한 두 개가 실패하게 된다. 외주의 입장에서는 실패는 사업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실패 대신 완벽하지 않은 형태의 납품이 이루어지고 고객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마무리가 된다.


프로젝트야 이렇게 마무리되지만, 경영은 다르다. 잘못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고 사람을 잃기도 하고 신뢰를 뜻하지 않게 상실하기도 한다. 그렇게 실패의 경험들을 쌓았고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았다고 자신을 하는 나지만, 다른 이들의 무딘 면을 보면 꽤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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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부정적 반성이 있다. 밥 먹듯이 하는 실패 앞에서 분석을 시도한다. 그리고 왜 실패하게 되었는가를 분석하고, 그것은 애초부터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어떤 역량의 부족이거나 상황의 변화 등으로 기인되는 실패는 동일한 것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회피로 변질된다. 굳이 시도하지 않아도 되는 어떤 케이스가 하나 생긴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는 이유는 상황을 처리하는 태도에 기인한다. 직원 20명도 안 되는 조직의 대표에게 모든 직원 한 명과 점심 식사를 해보라고 조언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마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이와 단 둘이 점심 먹는 게 힘들어서, 그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이의 푸념, 대단치 않은 요구, 깊이 없는 지적을 듣기 싫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모든 사람들을 만났고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갈등을 봉합하는 정도로 마무리되었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이야기하여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꼈다. 그리고 거짓된 태도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부정적 반성이 있다면 긍정적 반성이 있다. 앞과 똑같이 밥 먹듯이 하는 실패 앞에서 분석을 시도한다. 하지만 분석의 태도부터 다르다. 다음에는 성공하기 위해서 분석하는 것이고 동일한 상황이 다시 놓일 수 있음을 가정한다. 애초에 실패란 없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무모하고 터무니없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실패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실패했기 때문에 다음엔 더 큰 보폭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실패 이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주도면밀한 계획이 나오고 이대로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뒤이어진다. 


나를 지탱하던 것은 긍정적 반성이었다. 하지만 부정적 반성을 하는 이들 사이에서 긍정적 반성을 하기란 쉽지 않음을 새삼 느끼고 있다. 결국 적극적인 태도 변화와 실천이 키포인트다.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 아는 이야기인 양 듣는다. 하지만 다 아는 이야기인데도, 어떤 이는 실패 끝에 성공을 부르고, 어떤 이는 거듭된 실패만 반복하는 건 무슨 까닭일까. 움직여야 한다. 이 글도 어쩌면 나에게 움직임을 촉구하기 위해서 씌여진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