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어느 화요일 선릉역 인근

지하련 2013. 10. 29. 14:03





무관심한 듯 시선을 거두는 행인 A, B, C, ... 무수한 알파벳들은 실은 다른 알파벳들, 다른 숫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봐주고 어떻게 평가할까에 극도로 민감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어떤 가치 기준을 가지고 봐주고 평가하느냐는 그 다음 문제였다. 커피 위로 모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선릉역 인근 빌딩숲에서는 그 수를 세기 어려운 모기들이 가을 깊숙한 곳까지 진을 치고 있었다.


화요일이 왔고, 수요일이 올 것이고, 목요일, 금요일, ... 2013년이 지날 테지만, 우리에게 인생의 해답은 절대로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안 그녀는 연애를 포기했고 그 남자는 한국을 떠났다. A는 그림을 포기했고 B는 사업을 시작했다. 15세기 르네상스의 위대한 세속적 가치, 뉴튼이 공표했고 데카르트가 뒷받침했던 도구적 이성의 상징적인 수단, 돈을 위해 B는 사업을 했다. 그리고 그 B의 열정적이고 감동적이며 자기 헌신적인, 종교적으로까지 승화된 도전에 B1, B2, B3도 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저기 출사표들로 넘쳐나는 어느 오후. 나는 미련스럽게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다시 묻고 다시 묻고 다시 물었다. 해가 오고 해가 가고, 해가 반복될수록 내가 막연하게 가졌던 답은 오답으로 결정하거나 예외들을 쌓아가서 결국 무너졌다. 막연한 방향들로 내 미래의 지침을 삼는 요즘, 마치 앞으로 가지 못하고 뒤로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건 아닌가 무섭고 두렵다. 


결국 나 혼자 할 수 없고 나 혼자 해서도 안 된다. 새로 팀을 꾸릴 생각이고 팀원들 앞에 'Great Team'이 되자고 할 생각이다. 내년 1월 1일에. 나는 벌써 내년 1월 1일을 고민한다. 올해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시간은 가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 성장한 내 아들은 나에게 '사람은 왜 살아가는가, 아버지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고 질문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순간을 두려워하자. 그리고 그 순간만은 아버지의 지혜로움으로 대답을 하자. 지금 그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그 순간에도 해답을 가지지 못했을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