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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새로운 소설을 찾아서 (Essais sur le roman) 

미셸 뷔토르 Michel Butor(지음), 김치수(옮김), 문학과 지성사 







문체에 관한 노력이 있을 때마다 작시법이 있다. 

- 말라르메 


소설가란 아무 것도 헛된 것이 없는 어떤 사람입니다.

- 헨리 제임스 




소설 쓰기를 포기한 채, 소설론에만 관심이 갔다.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고 형식에만 관심 있었다. 소설 속 사건은 이미 신문의 사회면, 자극적인 인터넷 기사, 혹은 막장 드라마에 밀린지 오래다. 사건에 대한 평면적 전달 속에서는 사건의 특이함만이 시선을 끌게 된다. 현대 소설가들 대부분은 사건의 입체적 전달을 고민해 왔다. 프랑스의 누보 로망도 여기에 속한다. 소설가를 꿈꾼다면 이 책 읽기를 권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은 서로 무관한 일이고 도리어 서로 방해된다. 한국의 독자는 게으르고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성실한 독자들은 먹고 살기 바쁘며, 순수 문학을 위한 출판 시장은 너무 작고 이마저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미셸 뷔토르의 소설 에세이를 번역한, <<새로운 소설을 찾아서>>는 1996년에 출판된, 거의 읽히지 않는 소설론이다. 불어불문학과 대학원 과정에서나 읽힐 법한 책이라고 할까. 역자인 김치수 교수(이대 불문학과, 문학 평론가)는 이렇게 적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것은 대학의 수업 시간에 참고 문헌으로 읽어야 할 학생들이 그 문장의 어려움 때문에 받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글을 91년에 번역해놓고도 이제야 내놓게 된 것은 나의 게으름 탓이기도 하지만 뷔토르의 독특한 문장의 맛을 살리기에 불충분한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238쪽) 


역자의 사정이 이러하니, 이 책의 독서도 쉽지 않음을 예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은 소설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숨겨진 보석과도 같다. 미셸 뷔토르는 공간, 시간, 인물과 대명사, 그리고 문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현대 소설의 건축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와 소설의 관계를 지나, 소설적인 시를 강조한다. 그는 “새로운 형식이 새로운 내용을 드러낼 것은 분명하다. 또한 그 형식이 다른 형식에 비해서 더욱 단단한 내적 일관성을 드러낼수록 그 형식이 더욱 정확한 것이 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하며, 소설의 형식적인 측면이 어떻게 내용에 영향을 끼치는가를 소설가의 시선으로 하나하나 설명한다. 


소설이 시적일 수 있고 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단지 몇 문단에서만이 아니라 그 전체에서이다. (48쪽)  


2000년대 초반 우연히 서점에서 구한 이 책을 최근에서야 읽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 사이 두 세 번 초반 몇 페이지를 읽긴 했으나, 쉬운 독서는 아니었음을 밝힌다.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는 너무 함축적이어서 천천히 그리고 집중해서 읽어야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에 대해, 소설 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였다. 사건, 혹은 인물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의 건축술과 장식, 배경 등 그 자체로 하나의 통일성을 갖추어야 함을.  


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선이란 점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하면서 기하학을 만들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사물들을 뒤집어보지 않을 수 없고 그리하여 한 점을 두 선의 만남으로 정의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소설적 사유는 집단을 개인들의 합계로 생각하기 시작해서, 그 사유가 개인을 순수하게 여러 집단의 만남으로만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이 인정하는 날까지 생각할 것이다. (126쪽) 


이 책은 누보 로망 계열 - 미셸 뷔토르 스스로는 싫어하지만 - 소설가가 쓴 소설론이다. 쉬운 책이 아니고 일반 독자에게 권하지도 않겠다. 다만 진짜 소설을 쓰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참으로 팔리지 않는 이 책을. 


가장 훌륭한 텍스트들은 영원히 미완으로 그리고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197쪽) 





새로운소설을찾아서

미셸뷔토르 저 | 김치수 역 | 문학과지성사 | 1996.07.1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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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마지막 내용은 이해가 잘 안되네요ㅎ
    진가에 대한 인정은 어렵다
    그런듯 하다가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입니다. '영원히 미완으로' 남아있다는 건 읽는 독자들마다 각기 다르게 읽을 것이며, 작품의 완성이란 읽는 독자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야만 끝나는 것이겠지요. 현대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령 '작가는 없고 독자만 있다'는 식의 태도로 이어집니다. 끊임없이 읽히는 텍스트는 영원히 미완인 상태죠.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상태'도 '미완'인 상태와 연결하여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완성되지 않았으니, 진짜 평가는 완성된 후에야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끊임없이 평가되는 작품이 되는 겁니다. 아직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나 <<일리아드>>에 대한 연구논문들이 나오고 있죠. 가장 훌륭한 텍스트의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계속 새롭게 읽히고 새롭게 평가되죠.
      이건 모든 작가들의 꿈이겠죠. 제임스 조이스가 <<피네겐의 경야>>를 쓰면서 꿈꾸었던 어떤 이상일 겁니다. 아예 말라르메는 '이 세상은 한 권의 책으로 담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니 이 세상을 알지도 못하는데, 어찌 한 권의 책으로??

      가장 훌륭한 텍스트들은 끊임없이 새로 읽히고 새롭게 해석되며 시대를 초월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이를 반대로 표현하면 미완이며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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