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김동조

지하련 2014. 3. 4. 15:36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김동조(지음), 북돋움 



경제학 책을 읽었지만, 경제학의 생리에 대해 파악하진 못한 듯 싶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유용하다. 저자는 금융 회사에서 종사하는 트레이더이지만, 그가 쓴 글은 경제학의 관점에서 시사적이며 흥미롭기만 하다. 



경제학은 '사물의 응당 그래야만 하는 면'보다는 '현상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에 더 주목한다.

- 8쪽 


확실히 기준이 있다는 건 다양한 현상과 사건 앞에서 동일한 논조로 설명 가능하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일관되게 서술되어 있다. 



여전히 공부(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가능하며, 공부는 다른 방법이 지닌 불확실성에 비해서 무척이나 분명하고 불확실성이 적은 성공 방법이다. 

- 161쪽 



특히 평등과 분배, 일자리, 결혼, 자녀 교육, 성공 등 우리가 민감해하는 여러 소재와 주제들에 대해 짧지만 예리한 관찰력과 분석으로 비판적인 논조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편견과는 달리 배우자를 선택할 자유가 주어지는 근대사회에서 일부다처제는 대부분의 남자에게 불리하고 대부분의 여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반대로, 일처다부제는 남성 배우자의 수요를 증가시켜 대부분의 남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 74쪽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러려니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분석하여 그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책은 민감한 정치적 소재에 대해서는 정치적 편향성 대신 경제학적 분석, 혹은 경제학자의 인용으로 채운다. 설득력 있는 문장들은 독자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이러한 도금시대를 종식시킨 것은 1930년대의 대공황이었다. 대공황 이전부터 좀 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결정적 전환점은 대공황이었다. 

(...) 평등화는 시장의 힘에 의한 점진적 반응이 아니라 정치적 힘의 균형이 급작스럽게 변화한 데서 기인한 것. 

- 36쪽 ~ 37쪽 



일독을 권한다. 국내 저자가 쓴 흥미로운 경제 실용서라고 할까. 


* * 



아래의 인용은 늦은 나이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기억해둘만한 내용이라 옮겨둔다.  



레빗에 의하면 대체로 여덟가지 요인이 성적과 높은 양의 상관 관계를 보였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엄마가 첫 아이를 출산한 나이가 30살 이상일수록, 아이의 부모가 영어를 쓸수록(미국의 경우), 부모가 PTA(학부모회) 활동을 할수록, 집에 책이 많을수록 성적이 좋았다. 다음 두 가지 요인은 높은 음의 상관 관계를 보였다. 아이의 출생 당시 몸무게가 덜 나갈수록, 입양된 아이일수록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몇 가지 요소는 의미 있는 상관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가족 구성원이 온전한 것, 최근에 주변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한 것, 엄마가 유치원에 다니기 전까지 아이를 직접 기른 것, 부모가 아이를 박물관에 자주 데려간 것, 아이를 정기적으로 체벌한 것, 부모가 거의 날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것, 아이가 TV를 많이 보는 것은 성적과 강한 상관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차렸겠지만, 아이의 성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대부분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를 묘사하고 있고, 영향을 주지 않는 요인은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는 일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로서 '무엇을 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 스티븐 레빗, <<괴짜 경제학>>


레빗의 말이 잔인하게 들리는 이유는 아이를 생각해 부모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데 있다. 

- 166쪽에서 167쪽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김동조저 | 북돋움 | 2012.10.02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