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전트 Divergent
닐 버거 Neil Burger 감독
쉐일린 우들리 Shailene Woodly, 테오 제임스 Theo James 주연
1년에 영화 1편도 보지 않았던 듯 싶다. 그것도 10년 넘게. 20대 초반 월간 키노의 모니터 기자를 했고, 비디오 테잎을 수집했으며,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리뷰를 광적으로 올리며,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비디오 가게 점원 생활을 하던 내가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고 하면, 이상한가?
그 사이는 영화는 더욱 산업화되었고 헐리우드 영화 직배 반대를 외치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영화계도 대기업 자본들이 들어와 산업화, 전문화되었다. 그런데 영화가 예술이라고? 내가 영화를 멀리 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측면이 더 강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영화를 한 두 편 극장이 아닌 TV나 다른 모니터로 보기 시작했다. 그것도 업무 비스무리한 이유로. 실은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하는 회사로 옮긴 탓에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다. 왠만한 영화들은 다 디지털파일로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가끔 영화를 보는 일이 생겼다. 그 결과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다(이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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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유명하다. 즉 탄탄한 스토리가 이미 있는 셈. 이번 영화는 원작 소설의 일부 이야기만 가지고 왔기 때문에, 벌써 2부를 기다리는 팬들이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시작을 보여주었다.
SF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는 현실스럽지 않지만, 실제 현실을 반영하는 가상의 세계(관)이 될 것이다. 이는 게임도 마찬가지다. '세계관'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쉽게 사용하는 걸 보고 거부감이 들기도 했으나, 세계관이라는 단어 말고 딱히 다른 단어도 없었다.
이 영화는 세계 종말 이후의 인류가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해 5개의 인위적인 종족 - 이타적인 애브니게이션, 용맹한 돈트리스, 정직하고 법을 수호하는 캔더, 평화와 농업 생산을 하는 애머티로 나누어 살아가는 데에서 시작한다. 각각의 종족은 서로 평등하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가령 애브니게이션을 정치를 담당하며, 돈트리스는 경찰/군대, 캔더는 사법, 애머티는 생산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면 각 종족에서 알아서 키우다가 성인일 될 때 각자 스스로 종족을 선택하도록 한다. 이 때 어느 종족에 어울리는가를 테스트를 하며, 테스트 결과(혹은 개인의 의지)에 따라 종족을 정하고 그 곳에서 살아간다.
이 얼마나 폭력적인 제도인가.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 폭력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도리어 모든 이들이 종족을 선택하고 이를 따라가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며 기뻐하니까.
그런데 이 종족에 속하지 않거나 이 다섯 종족 모두에 들어갈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있는데, 이를 다이버전트라고 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트리스(쉐일린 우들리)가 바로 다이버전트이며, 너무나도 이타적인 애브니게이션에 대한 다른 종족들의 불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애브니게이션 종족을 도와주면서 자신이 그 전에 속한 종족에서 나와 새로운 독립을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의 재미는 반감시키기 때문에 생략.
이렇게 '종족 나누기'는 지극히 고대 역사나 서사물에서나 등장할 만한 이야기다. 대부분의 SF 장르들은 이렇듯 고대 서사에서 많은 부분을 빌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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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쉐일린 우들리라는 여배우가 흥미로웠다. 대단한 미인도 아니면서 뭔가 매력적인 구석이 있었다. 한국 영화들은 여배우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드물고, 대중들도 여배우의 미모나 몸매만 보는 천박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터라, 쉐일린 우들리 같은 배우가 성장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개성 있는 외모와 연기를 하는 여배우들의 성형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한국이니... ㅡ_ㅡ;;
그런데 이 친구, 현재 상영 중인 <안녕 헤이즐>에서도 주연이네. 영화 소개 동영상을 보면서 <다이버전트>의 트리스를 떠올리지 못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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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전트>,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최고의 영화들 중 하나다. 재미있다. 아마 2탄이 나오면, SF 특유의 재미가 나올 것같긴 하지만, 이번 1부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러브 스토리로 인해 SF 장르스러움이 반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