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시간의 거부The Refusal of Time>

지하련 2014. 10. 5. 22:05



예술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거친 호소력으로 정치적, 역사적 메시지를 던지는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그는 1955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타이트(Apartheid)에 반대한 백인 변호사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백인 사회에도 섞이지 못하고, 흑인 사회에서도 섞이지 못하는 경계에서 시작한 셈이다. 


그는 경계의 자유(혹은 고독, 혼란) 속에서 눈 앞에 보이는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짓누르는 근대 유럽의 세계관에 대해 본격적인 저항을 한다. 


"자신을 하나의 완성되고 균일한 한 구성체, 자아로 인정하는 서양적 논리는 만들어진 환상임을 표현하고 싶었다." - 윌리엄 켄트리지

(출처: http://www.gaeksuk.com/atl/view.asp?a_id=563)


작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소개된 윌리엄 캔트리지의 <Felix in Exile>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추방된 펠릭스Felix in Exile>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거칠고 어색하며 둔탁한 느낌을 주는 켄트리지의 애니메이션. 이 낯선 느낌은 제작 방식의 특수함에서 기인한다. 그는 수십 장의 소묘만을 가지고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여 애니메이션을 완성한다. 즉 지울 수 없는 어떤 흔적에 집중하고 이를 역사적 차원으로 끌어올려 질문을 던진다. 이런 그의 거친 스타일을 두고 어떤 이들은 케테 콜비츠와 비교하기도 한다. 


"침식과 무성함, 그리고 붕귀 등의 자연 현상으로 인해서 자연풍경이 변형되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변형된 모습들은 점점 사라져 버린다. 이러한 과정은 지난 날의 일을 잊어버리는 망각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날에 일어난 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기록, 교육, 미술관, 노래, 그 외의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야만 한다." 

- 윌리엄 켄트리지 (출처: blog.daum.net/iw_sunny/3721689



실은 내가 윌리엄 켄트리지에 대해 이렇게 포스팅을 하게 된 이유는 아래 작품 때문이다. 얼마 전 읽은 미술 잡지에 실린 이 작품 <시간의 거부The Refusal of Time>에 대한 리뷰만으로는 이 작품이 어떤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고, 이 작품을 찾아보았는데, 아!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시간의 거부(The Refusal of Time) 



2012년 카셀도큐멘타에서 전시되었던 이 작품은 실제 전시장의 느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이 영상만으로도 켄트리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기운이 전해오는 듯했다. (2012년 카셀도큐멘타 당시 최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지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일본 쿄토에서 전시되었다. 아, 한국에는 전시될 수 있을까.)


각자의 하늘에 있는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위치할 때가 바로 우리가 정오라고 부르는 시간이다. 우리는 하늘의 별들로부터 시간 관념을 빌려 왔으며, 그것을 개개인의 신체 속에 있는 기관의 리듬에 맞추어 인지했다. 심장과 폐와 맥박은 인간을 일종의 숨 쉬는 시계(몸-시간)로 만든다. 

- 윌리엄 켄트리지, <시간의 거부> 도록 중에서. 

(이정연, '시간의 블랙홀 - 윌리엄 켄트리지' 중에서 재인용, 아트인컬쳐 2014년 7월호) 



거창하게 시작된 글이 아닌지라, 간단한 노트 수준에서 끝낼 예정이지만, 윌리엄 켄트리지에 대한 관심을 앞으로도 지속될 것같다. 거의 모든 장르 - 페인팅, 드로잉, 오페라 무대, 조각, 설치, 애니메이션까지 그의 작업 범위 속에 넣은 윌리엄 켄트리지는 현대 예술이란 장르를 뛰어넘어 모든 장르를 한 곳에 몰아놓은 일종의 용광로 같은 것임을,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시각으로, 어떤 메시지를, 어떤 형식으로 담아낼 것인가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William Kentridge - Shadow Procession

Shanghai Biennale 2000



* 윌리엄 켄트리지 : http://en.wikipedia.org/wiki/William_Kentridge 



2010년 MoMA에서 윌리엄 켄트리지 전시가 열렸는데, 이에 대한 안내 동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