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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원 맨즈 독
조지수(지음), 지혜정원 


매우 적절했다. 아니 탁월했다는 표현이 좋을까. 산문집을 좋아하지만, 그건 문장이나 표현 때문인 경우가 많다. 실은 그게 전부다. 하지만 진짜 산문집은 그런 게 아니다. 적절한 유머와 위트, 허를 찌르는 반전, 비판적 허무주의, 혹은 시니컬함, 그러면서도 잃어버리지 않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 혹은 의지. 그리고 지적이면서 동시에 풍부한 감성으로 물드는 문장. 


<원 맨즈 독>은 그런 산문집이다. 읽으면서 일반 독자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 인터넷 서점의 리뷰들을 보았는데, 온통 찬사 일색이라 무안해졌다. 


대자적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 인간의 독특한 조건이다. 지성이라고 말해지는 것이 세계와 나를 가른다. 나는 자연에 뿌리 내리지 않는다. 나는 자유롭다. 그러고는 나의 존재 의의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자유와 의문은 동전의 양면이다. 선과 악을 알게 되고 낙원에서 나오는 순간 자유가 얻어진다. 그러나 동시에 독립된 존재로서의 나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인간은 독립의 대가로 실존적 고뇌를 겪는다. - 100쪽 


이런 문장은 철학책에서나 나올 법한데... 하긴 이런 문장이 나오는 철학책을 본 적도 없었다. 자신의 산문에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작가는 거의 보기 드물 테니 말이다. 


영국이 가장 먼저 근대 국가로 진입하여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동기는 그들에게 정치적 지혜가 있었고 이것은 당시에 영국시민 계급과 귀족들이 상당히 지성적이었던 덕분이었다. 볼테르가 본 바 영국에서는 지붕 수리공도 이미 하원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무식하고 무교양하면 어리석게도 양보를 모르고 고집 불통이 되고 만다. 공동체에는 자기와 동일하게 생존과 번성에의 요구를 가진 상대편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만다. - 215쪽 


볼테르의 영국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한국적 상황을 꼬집는다. 좌우를 막론하고(내가 보기엔 좌도 없고 우도 없고, 우왕좌왕만 있는 듯하지만), 무식과 무교양으로 뒤집어쓰고 있는 한국은 17-8세기 영국보다 못한 거다. 책을 읽으면서 연신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지적인 비꼼이라고 할까. 그러면서 유머를 잃지 않는다. 아마 근사한 독서가 될 것이다. 무릇 산문집은 이래야 된다. 



원 맨즈 독 One Man's Dog - 10점
조지수 지음/지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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