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구글 어스로부터 온 엽서들(Postcards from Google Earth), 클레멘트 발라

지하련 2016. 5. 3. 11:14



구글 어스로부터 온 엽서들(Postcards from Google Earth) 

- 클레멘트 발라(Clement Valla) 

http://www.postcards-from-google-earth.com/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구글 어스에 찍힌 사진들의 모음이다. 그런데 모여진 사진들이 이상하고 낯설다. 그냥 프로그램 결함이나 에러로 여길 법한 이 사진들에 대한 클레멘트 발라의 생각은 다르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구글 어스 이미지들은 색인화된 사진들-어떤 장소를 찾고 그 곳을 미리 볼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자동화된 데이터 모음으로, 끊김없이 아주 매끄러운 환상을 만들고 업데이트하면서 재현(representation)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진들은 프로그램 알고리즘의 에러나 결함이 아니라, 시스템 안의 변칙적이며 비표준적인 것이며, 그래서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국외자(outlier)라고 할까. 


결국 우리는 이 사진들을 통해 재현된 어떤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진들(these uncanny images)이 나오게 된 알고리즘, 컴퓨터나 서비스와 관련된 저장 시스템, 위성 카메라나 지도 등등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작가는 이를 두고  '재현의 새로운 모델'(a new model of representation)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구글 어스를 찾게 되는 것은 지구(Earth) 위의 어떤 장소 때문인데, 이 기묘한 사진들은 우리가 목적으로 했던 그 장소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게 한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지만, 표상 그 자체가 아니라 표상을 둘러싼 환경을 고민하게 한다고 할까. 클레멘트 발라의, 이런 생각이 너무 흥미롭기만 하다. 그리고 그는 이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2014년 스위스에서 설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Postcards from Google Earth Installation

inkjet on vinyl, mdf

2014, Festival des Images, Vevey, Switzerland

(출처: http://clementv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