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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메를로 퐁티 Merleau-Ponty

J. 슈미트Schmidt(지음), 홍경실(옮김), 지성의 샘, 1994년 



다시 메를로-퐁티를 읽을 일이 생겨, 서가에서 이 책을 꺼냈다. 예전 밑줄까지 그으며 이 책을 읽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다시 읽으면서 그 땐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이해되기도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메를로-퐁티의 안내서로 적당하지 않다. 


이 책의 원서는 아래와 같다. 원서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과학의 입장에서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위치를 여러 학자들과의 비교를 통해 다시 되짚어보는 책이라 하겠다. 다시 말해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철학이 좀 더 쉽게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전체를 다 번역한 것도 아니고 전체 5장 중 3장만 번역했다. 


1. 들어가는 글: 메를로-퐁티와 사회사상 

2. 현상학, 구조주의, 그리고 인문과학

3. 타인들 


나머지 챕터의 제목을 알 순 없으나, 사회과학자로서의 메를로-퐁티에 대한 책이지 철학자 메를로-퐁티에 대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그리고 슈미트가 집중하는 부분도 메를로-퐁티의 핵심 주제라기 보다는 다른 학자들과 비교하기 쉽고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되어 있다고 할까. 솔직히 '타인들'이라는 챕터는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메를로 퐁티의 저작 속에서 타인들에 대한 생각을 훑고 지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자들과의 교차를 통해 조망하고 있기 때문에, 메를로 퐁티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이나 이해를 도모하기도 어려웠다.


아마 5장 전체를 읽었다면  내 평가가 다소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메를로-퐁티 철학에 대한 입문을 위해서 읽어야 할 글이 있다면, <<행동의 구조>> 맨 앞에 나오는 알퐁스 드 와렌스의 <애매성의 철학>이 내가 읽어본 바 최고였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라 이젠 구할 수 없긴 하지만, 메를로-퐁티의 유명세에 비해 그에 대한 책은 부족하기만 하다. 하긴 어느 철학자가 안 그럴까. 인문학도 유행을 타기 마련이긴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도 못한 채 유행만 쫓아 읽는 풍토는 20년 전이나 지금이 변하지 않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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