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

지하련 2017. 12. 30. 18:41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Jean-Paul Dubois) 지음, 김민정 옮김, 밝은세상, 2006년 





"공사판에서 일하는 작자들, 죄다 미치광이들이라오. 조심해야 해요. 진짜 미치광이들이니까. 40년째 공사판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지금도 그 작자들하곤 어울릴 맘이 나질 않아요. 개중에서도 제일 심한 미치광이들이 바로 수도배관공들이라오. 난 아예 계약도 하지 않아요. 그 작자들하고 같은 시간대에 작업을 해야 한다면."

- 176쪽 




한편으론 답답하고 한편으론 흥미롭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주인공 타네씨는 참 운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읽는 소설이다. 등기우편으로 날아온 삼촌의 유산인 오래된 저택을 상속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웅장하고 근사한 저택을 상속받은 타네씨. 그러나 그가 기억하던 저택은 어릴 적 모습이었을 뿐이다. 



어쨋든 삼촌네 집에 올 때마다 난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라 입을 딱 벌리곤 했다. 드높은 천장, 기나긴 복도, 넓디넓은 벽. 이제는 집 전체가 세월의 무게에 짓눌릴 듯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다. 기왓장도 그 경사를 따라 내려앉은 듯했다. 벽면의 타일은 썩은 이처럼 덜렁거렸고, 바닥의 나무쪽은 곰팡이들에게 서서히 점령당하고 있었다. 하긴 사람이 살지 않은 지 십오 년이나 되었으니, 칠이 벗겨져나간 벽하며 우툴두툴 일어난 천장하며 오랜 세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한마디로 곰팡이들의 천국이자 폐허였다. 

- 13쪽 



그리고 이 소설은 이 낡은 저택을 개조하고 보수하려는 타네씨와 그가 만나는 공사판 사람들과의 흥미로운 일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짧고 금방 읽히지만, 우리는 때로 타네씨가 처한 그 곤경에 빠져 안절부절 못해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면서 이렇게 황당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된다. 이 인물들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장면들은 마치 짧은 희극을 보는 듯하다. 



세 번째로 읽게 된 장-폴 뒤부아의 소설. 그러나 최고는 역시, <<프랑스적인 삶>>이였다. 그 이후 <<이성적인 화해>>도 읽었으나, 그 전의 감동을 느끼기엔 부족했고, 이번에 읽은 이 소설,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품에 가까웠다. 


장-폴 뒤부아 팬이라면 읽어도 나쁘지 않을 듯하지만, 그를 처음 읽는다면, <<프랑스적인 삶>>을 추천한다. (현재 절판인 관계로 중고로 구입하든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고로 구입하기를 추천한다. 소장해도 좋을 소설이다.) 




  



Jean-Paul Dubois



* 아래 장-폴 뒤부아의 다른 소설들을 읽고 쓴 리뷰다. 



2008/02/01 - [책들의 우주/문학] - 프랑스적인 삶, 장 폴 뒤부아


2015/11/05 - [책들의 우주/문학] - 이성적인 화해, 장-폴 뒤부아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 8점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밝은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