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에밀 시오랑, 언어의 위축

지하련 2019. 12. 2. 22:50






우유부단한 자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단편적인 사실과 흔적들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우리는 실제 사례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상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한 작가가 침묵했던 것, 말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던 것, 그 말하지 않은 것의 깊이이다. 작가가 어떤 작품을 남겼다면,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면, 우리는 분명 그를 잊을 것이다. 

자신의 환멸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줄 모르고 그대로 사라지게 내버려둔 실패자, 그 실패한 예술가의 운명 ... 

- '언어의 위축', 에밀 시오랑, <<독설의 팡세>> (김정숙 옮김, 문학동네)중에서  


퇴근한 후, 책상 위에 놓인 책 첫 구절을 옮겨놓는다. 20세기말 르몽드에서 불어로 가장 아름다운 글을 남긴 작가들 중 5위 안에 속했던 철학자인데, 국내에선 거의 읽히지 않았다. 너무 우울해서 일까. 아니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