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베조스 레터Bezos Letters, 스티브 앤더슨

지하련 2020. 5. 2. 10:27



베조스 레터 Bezos Letters

스티브 앤더슨(지음), 한정훈(옮김), 리더스북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레터로 유명하다. 이 책은 지난 21년간 주주에게 보낸 연간 서한을 바탕으로 서술되었다. 그것을 통해 아마존이 어떤 원칙과 가치로 성장해왔는가를 보여준다. 따지고 보면 대단히 특별한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해서도 안 되는 것들이다. 핵심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제프 베조스는 매년 주주에게 이를 설득하고 각인시키며, 구성원들에게는 끊임없이 강요한다. 


다시 말하지만 베조스 레터를 연구하면서 나는 14가지 성장원칙이 베조스가 심혈을 기울이는 반복가능한 사이클, 즉 '테스트, 구축, 가속화, 확장'이라는 성장 사이클에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30쪽) 


저자가 정리한 14가지 성장원칙은 아래와 같다. 


전략적 테스트 Test 

1. 성공적인 실패를 장려하라

2. 큰 아이디어에 배팅하라

3. 역동적인 발명과 혁신을 실행하라


미래 구축 Build 

4. 고객에게 집착하라

5. 장기적 사고를 적용하라

6. 플라이휠을 이해하라


성장 가속화 Accelerate 

7.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라

8.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라 

9. 기술로 시간을 단축하라

10. 주인의식을 고취하라 


아마존의 확장 Scale 

11. 기업문화를 유지하라

12. 높은 기준에 집중하라

13. 중요한 것을 측정하고, 측정한 것을 의심하고, 직감을 신뢰하라 

14. 항상 '데이원'이라고 믿어라. 


위 성장원칙들을 차례대로 설명하면서 베조스 레터에서 인용하고 아마존의 비즈니스 활동들을 보여준다. 어떤 부분은 조금 짧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아마 지난 20여년 간 가장 극적으로, 가장 크게 성장한 기업이니, 일부 독자들에겐 이미 아는 내용들도 상당히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나에게 비즈니스 상 어떤 기회가 남아있을 지 모르겠으나, 베조스가 이야기하고 강조하는 원칙들 중 일부는 나에겐 상당히 시사적이었다. 


우리가 모든 해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기준은 있습니다.

첫째,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마십이오. 많은 의사결정들은 되돌 수 있는 양방향 문입니다. 그런 결정은 가벼운 프로세스에 따라서 그냥 하면 됩니다. 만약 틀리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니깐요.

둘째, 필요한 정보의 약 70퍼센트를 얻게 되면 대부분의 사항은 결정해야 합니다. 90퍼센트까지 기다리면 결정이 늦어집니다. 또한 잘못된 결정을 빨리 인식하고 바로 잡는데 능숙해져야 합니다. 만약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진로를 올바르게 수정한다면 시행 착오의 비용이 생각보다 덜 들어가니가요. 반면 결정이 느려지면 처러야 할 대가가 상당히 커집니다. 

셋째, '소신있게 반대하고 헌신한다'라는 문장을 기억하십시오. 이 문장이 많은 시간을 절약해줄 것입니다. 의견 일치가 없더라도 어떤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이렇게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 사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함께 도전해 봅시다. 의견은 다르지만 열심히 해봅시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도 정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금방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입니다. - 2016년 베조스 레터 

(144쪽) 


기업의 의사결정은 정말 중요하다.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그 비즈니스는, 그 기업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 베조스는 그냥 의사결정을 철회하라고 말한다. 작은 프로덕트의 경우에는 에자일(Agile) 방법론을 적용하여 빠르게 수정해나갈 수 있지만, 기업 전반의 전략이나 사업방향을 쉽지 않다고 여겼다. 하지만 베조스는 2016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의사결정은 양방향 문'이라고 말한다. 이 때 이 편지를 읽는 구성원들은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 자신의 주장으로 인한 의사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알았을 때, 그것을 철회한다는 건 대단한 각오를 해야 함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기업에서는 실패할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철회하기 위해서는 금전적 손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위험까지 부담해야 하는 탓에, 그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실패라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해져야 한다. 심지어 '성공적인 실패'는 장려되어야 한다. 경험상 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해 얻는 것보다 프로젝트의 실패를 통해 얻는 것이 더 많았지만, 프로젝트 실패의 댓가는 가혹했다. 실패한 프로젝트의 수장은 심한 경우 일자리를 잃었으며,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낙담한 채, 프로젝트 상황에 대해서 되돌아보며 실패의 원인을 찾고 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실패를 누군가의 탓으로 돌렸다. 실패의 경험을 함께 나누며 실패를 통한 성장이 가치있다고 여기지만(그래서 이 블로그 메뉴에 '실패학'을 별도로 두기도 하였으나), 그것을 기업에서 실행하기는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경영진의 강력한 신념과 지지가 있지 않은 이상


이 점에서 이 책에서 강조하는 원칙들은 하나하나 의미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원칙들은 아마존의 설립 이후부터 일관되게 강조되어온 것들이다. 이것들이 제대로 지켜져 비즈니스 활동에 성공적으로 적용될 때 플라이휠처럼 스스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플라이휠의 전제는 간단합니다. 플라이휠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돌려야 하는 무거운 바위입니다. 플라이휠을 밀기 시작하면 서서히 탄력을 받고, 계속해서 밀어붙이면 결국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추진력을 창출합니다. 그 때가 바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는 시점입니다." - Inc.com 편집장 제프 헤이든 

(128쪽) 


이 때 플라이휠은 기업의 프로세스이면서 문화이고 그러면서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아마존에서는 끊임없이 자신들의 리더십 원칙을 이야기한다. 


"아마존 리더십 원칙은 아마존 비즈니스 성장의 중심에 있고 아마존의 핵심이 깊이 새겨져 있다." (29쪽) 


아마존 리더십 원칙은 아래와 같다. 


아마존 리더십 원칙 Leadership Principles

https://www.amazon.jobs/en/principles 


- 고객에 대한 집착(Customer Obsession): 리더는 고객의 관점에서 일을 해야 한다. 고객에게 신뢰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또한 리더는 경쟁자에게 집중을 하고 있어도, 고객에 대해서는 항상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경쟁사를 신경 쓰되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라는 뜻이다. 아마존에서의 모든 회의에서는 항상 빈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그것은 바로 고객의 자리이다. 그 자리에 고객이 실제로 없어도 아마존의 모든 사원은 ‘고객과 같이 회의를 한다’는 마음을 갖아야 한다.

- 주인의식(Ownership): “그건 내 일이 아니야”라는 말을 하지 말라. 리더는 주인이다. 리더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생각하며, 단기간의 성과를 위해서 장기적 가치를 희생하지 않는다. 리더는 자신과 자신의 팀을 넘어서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 리더는 절대 “그건 내 일이 아니야”라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

- 발명하고, 단순화하라(Invent and Simplify): 리더는 항상 혁신하고 창조하며 또한 이를 단순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리더는 회사 밖에서 벌어지는 일, 즉 정보를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모든 곳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 또한 우리 팀이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꽤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는 성공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 정확하고 많이 옳아야 한다(Are right, A lot): 리더는 정확하고 많이 옳아야 한다. 리더는 뛰어난 사업적 판단능력과 감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리더는 다양한 관점을 찾고 정확한 판단력과 직감을 갖춰야 한다.

- 최고를 채용하고 육성한다(Hire and Develop The Best): 리더는 모든 채용과 승진에 있어 기준이 되는 성과, 성적 등의 눈높이를 높여야 한다. 리더는 조직원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보고, 조직 내에서 그들을 능동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리더에게는 인재를 발견하고 육성하며, 다른 이들을 코칭하는 역할을 중요하다. 리더는 채용 승진을 활용해 목표 달성의 한계를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 최고 수준 추구(Insist on the Highest Standards): 리더는 많은 사람들이 엄두를 낼 수 없는, 그래서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정도의 높은 수준의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리더는 끊임없이 기준을 높이고 팀이 우수한 수준의 제품, 서비스 그리고 과정과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리더는 결함이 있는 상품이 출고되지 않는다는 것과 문제점이 해결되었다는 것을 책임지는 자리이다.

- 크게 생각하라(Think Big): 작게 생각하는 것은 자기충족이다. 또한 작게 생각하면 결과물 역시 작게 나온다. 리더는 성과 달성을 위한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팀을 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리더는 다르게 생각하고, 고객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구석구석 살펴야 한다.

-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라(Bias for Action): 모든 비즈니스에 있어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리더를 포함한 우리는 계산된 즉 예측가능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가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빨리 결정하고 행동하라. 잘못된 것, 실수는 나중에 바로잡아도 되는 것이다.

- 근면, 검소(Frugality): 검소는 독창성과 창조의 지름길이 된다. 더 적게 갖고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검소는 필요하다. 최소 자원으로 최고 가치를 창출하라. 부족함은 자급자족 그리고 발명을 낳는다. 인원수, 예산 혹은 고정비를 올리는 행동으로는 긍정적인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추가 지원 투입 없이도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 자기계발(Learn and Be Curious): 리더는 끊임없이 배우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야한다. 리더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그것들을 행동에 옮기기 위한 결단을 해야 한다.

- 신뢰를 구축하라(Earn Trust): 리더는 주의 깊게 듣고, 솔직히 말하며, 다른 이들을 존경으로 대해야 한다. 리더는 자신과 자기 팀에서 향이 난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리더는 자신과 자기 팀의 비교 기준을 항상 최고점에 두어야 한다.

- 깊게 빠져들어라(Dive Deep): 리더는 디테일에 신경 써야 한다. 자주 보고를 확인하고 앞뒤가 맞지 않거나 보고와 지표가 다르다면 이를 또 확인하고 의심해야 한다. 모든 과제는 중요하다. 리더는 모든 관점을 고민하고 고려하고 업무는 세부적으로 수시로 검토해야 한다. 즉 깊게 파고들고 깊게 고민하라.

- 명확한 기준: 반대하고 받아들여라(Have Backbone; Disagree and Commit): 리더는 어떤 결정에 반대할 때, 불편하고 지치는 일이라도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야만 한다. 리더는 신념이 있고 완강해야 한다. 즉 이 의견, 저 의견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리더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기준으로 타협하지 않는다. 그리고 논의 끝에 확정된 결정에 대해 전념하고 몰두해야 한다. 정중하게 이의를 제기할 의무가 리더에게 있다. 그리고 반대하기로 했다면 신념을 갖고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

- 결과를 내야 한다(Deliver Results): 리더는 모든 논의와 과정의 생산물을 예정된 시간에 맞춰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설사 그 과정에서 차질이 생겨도 리더는 위기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즉 어려운 일이 생겨도 좌절하거나 결과에 안주하지 않아야 한다. 

출처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7/06/433634/


기대한 것보다 대단하진 않았지만, 일목요연한 정리와 함께 기업 경영이나 비즈니스 활동에 있어서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나 가치에 대한 강조는 두 번 읽어도 세 번 읽어도 좋은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가치있는 독서를 제공하였다. 위 리더십 원칙은 예전에 읽었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 아마 읽고 다시 펼쳐보지 않은 듯 싶다. 비즈니스 서적도 주기적으로 읽어야 할 듯 싶다. 아니면 잊어버린다. 나이가 들수록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걸, 그러면서 자신이 가진 원칙이나 신념이 잘못되었을 경우 빠르게 수정할 수 있어야 됨을 깨닫게 된다. 즉 아직까지 배움이 부족한 탓이다. 참 쉽지 않다. 


사족) 

비즈니스 서적은 대부분 영어권 저자, 특히 미국 저자가 쓴 책을 읽게 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어가 주 언어이긴 하지만, 국내에 번역, 소개되는 책 대부분은 미국 쪽 저널이나 저자들인 듯 싶다. 아주 가끔 유럽 쪽 저자의 책이 번역되기도 하지만, 아무 드문 케이스다. 이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글로벌 Top 경영대학원이 미국 쪽에 몰려있어서 그런 걸까. 소설에서도 유럽, 특히 프랑스와 독일 편식이 심했는데, 비즈니스 서적에서는 미국 편식이 심한 듯 싶다. 


5월 3일 업데이트) 

CB Insights에서 온 뉴스레터에 '23 Lessons From Jeff Bezos’ Annual Letters To Shareholders'에 실려 여기에 링크를 옮긴다. 

내용이 상당히 길다. 읽는데 시간이 걸릴 듯 싶다. 



베조스 레터 - 8점
스티브 앤더슨 지음, 한정훈 옮김/리더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