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경영의 미학, 존 로버츠

지하련 2021. 1. 23. 12:47



경영의 미학 The Modern Firm: Organizational design for performance and growth

존 로버츠Donald John Roberts(지음), 이희문(옮김), 교보문고 

(2004년에 출간된 책을 2008년에 번역, 출판되었다.)



1. 존 로버츠(1945~)는 캐나다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이며, 스탠포드 경영 대학원(the Stan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의 경제학, 전략 경영, 국제 비즈니스 부문 교수다.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그의 연구 분야는 아래와 같다. 


Robert’s research focuses on the design, governance and management of organizations, especially in an international context. He also has published extensively on industrial competition and the influence of differences in information among parties on strategic behavior. (로버트의 연구는 조직들의 디자인, 지배구조, 그리고 운영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국제적인 환경 속에서의. 그는 또한 광범위하게 산업 경쟁과 전략적 행동에 대한 파벌들 사이의 정보 차이의 영향에 대해 출간해 오고 있다) 

-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Donald_John_Roberts


이 책 <<경영의 미학The Modern Firm>>은 1997년 봄학기 옥스포드 대학에서 한 강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2005년 <<The Economist>>지의 올해의 경영 서적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부의 독자에게서만 알려졌을 뿐, 번역과 동시에 묻힌 책으로 보인다. 여담이긴 하지만, 제법 진지한 경제 경영 서적들은 의외로 잘 팔리지 않고 처세나 자기계발, 투자 관련 책들만 팔린다.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추세가 심해지고 더 나아가 깊이가 얇고 활자만 큰 책들이 팔린다. 인터넷 서점을 보면 많은 책들에 대한 리뷰들이 올라오니, 많은 사람들이 읽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책 읽는 사람들이 더 많은 책을 읽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도리어 책 읽기를 강제하는 문화가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여튼 책을 읽으면 좋긴 하지만, 읽지 않는다고 해서 인생이 대단히 윤택해지는 것도 아니니까(날 보면 알 수 있다. 쓸데없이 자조적인 발언인가, 여튼). 딱히 잘못된 것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2. 다니고 있는 회사가 성장 모드에 올라섰다. 하지만 일이 많아지니 그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들, 관리자의 역량, 회사의 HR 브랜딩, HR전략과 운영 등이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이것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건지 아닌지, 혹은 고민만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것. 이로 인해 작년 중반 이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즈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 은근히 딱딱하고 이론적이다. 한 마디로 편하게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책이랄까. 경영대학원(MBA 학위를 주는 비즈니스 스쿨이 아니라)의 경제학 교수가 쓴 경영학 책이며, 상당히 압축적이라 느린 속도로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하게 읽어 나가야만 했다. 그러다가 읽은 부분. 


‘기업은 단순하게 주주에게 수익 만을 안겨주는 조직인가? 그렇지 않으면 긍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주는가? 그렇지 않으면 긍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주는가? 안정된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가? 직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가? 고객에게는 가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사회에는 조세 수입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환경에는 좋은 영향을 주며 그 외의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가?’ (34쪽) 


위와 같은 질문을 기업의 대표나 임직원에게 던진다면 답을 할 수 있을까? 큰 기업들은 이 질문들에 대해 따로 전담 부서가 있을 정도이며, 각기 업무도 나누어져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면 이런 질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큰 기업의 구성원들은 이런 질문들의 일부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며, 아예 작은 기업들은 이런 질문들을 사치로 여길 것이다. 하루하루 매출과 수익 걱정, 인건비 걱정으로만 힘들 테니. 


하지만 이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그 성장 궤도가 다를 것이다. 기업의 비전, 지향하는 가치, 철학, 미션 등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것의 필요성을 느끼는 경영자들이 드문 듯싶다. 특히 작은 기업일수록. 내가 고민하는 지점이 여기였다. 이제 이런, 기업 경영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고민해야 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예전과는 다른 방식과 태도가 필요한 시기가 올 정도 회사가 성장한 것이다. 



3. 책은 초반부터 상당히 딱딱하고 이론적인 면을 드러낸다. 


‘전략의 수립과 조직 구축은 경영자의 임무이다. 전략에는 사업의 목적과 범위, 경쟁 우위나 타당성 등이 포함되며, 필요한 인적 자원의 확보, 조직 구조, 일상적인 일의 내용, 조직 문화 등이 포함된다. 이때 사업 실적의 최대화를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전략과 조직을 설계하는 사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주변 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 역시 필요할 수 있다.’(33쪽) 


책은 경영자, 또는 리더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조직 설계와 운영을 중심으로, 이를 제대로 하기 위한 이론적 배경부터 시작해 실제적인 사례까지 언급하며 설명한다. 


‘성공의 관건은 ‘전략, 조직 및 환경 여건’이라는 세 가지 요소 사이에 존재하는 조화를 발견하고 이를 확실하게 지키는 것이며 미래에 닥쳐올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세 요소 간의 조화와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에 있다.’(34쪽) 


책의 목차는 이 책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문. 전략을 통한 조직의 구조문제해결은 최고의 창조적 행위이다. 

1. 기업의 전략과 조직

2. 조직 설계를 위한 기본 개념

3. 기업의 본질과 목적

4. 현대기업의 동기부여정책

5. 실적 증대를 위한 조직 구성

6.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위한 조직의 구성

7. 창조적인 일류기업: 매니지먼트와 리더십에 대한 도전 



기업 경영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전략을 잘 세우고 사람 관리만 잘 하면 된다고 여긴다. 그런데 전략 수립과 실행에 맞는 사람을 세우고, 여기에 맞는 조직을 설계해야 한다. 또한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책에서는 대리인 이론(Agent Theory)과 연결하여 길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기본적인 목표는 '조직을 통한 문제해결', 혹은 '사업 실적달성'이라 할 수 있다.   



4. 기업 경영에 있어서 자동차산업만큼 흥미진진한 곳도 없을 것이다. 경영학이라는 학문의 시작도 포드자동차와 프레더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에서 시작되었을 정도니까. 그리고 GM의 성장, 도요타의 린(lean) 생산, GM의 몰락, 기업의 인수합병, 테슬라의 등장 등 자동차 산업의 변천사를 통해 기업경영과 전략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나는 그 동안 1980년대 GM이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전략을 실행하지 못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러한 위치-아주 많은 생산원가의 상승이 발생하는-는, 실제로 GM이 1980년대에 처해 있던 상황이다. 당시의 10년 동안 GM은 도요타와 닛산 두 기업의 시장평가 금액을 합한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생산의 융통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장 자동화와 기타 부문에 지출했다. 이렇게 대규모로 지출된 투자는 제품 생산의 융통성을 증가시키는 데 사용됐다. 그러나 이들은 증가된 제품 생산의 융통성에 알맞게 보조를 맞출 만큼 제품 개발 공정을 빠른 속도로 진행하거나 제품의 다양화와 생산 라인을 적절히 조정하지 않았다. 또한 인사관리의 관행을 개혁하거나 기타 다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사실 GM의 제품 조립 라인은 여러 가지의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으나, 흔히 같은 모델의 자동차만 생산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GM은 1980년대 말, 1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 다음 해에는 그 기록마저 깨고 말았다. 이런 불행한 사태에는 다른 요소들도 원인이 있으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조직 구조상 설계 요소의 잘못된 결합 때문이었다. (61쪽) 


우리는 흔히 ‘투자를 하지 않아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GM은 상상을 초월하는 투자를 했다. 그리고 무너졌다. 디트로이트라는 도시도 황폐화되었다. 이는 GM이나 미국이 원하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 많은 원인들이 있겠지만, 저자는 ‘조직 구조상 설계 요소의 잘못된 결합’이라고 지적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MIT 대학의 경영학 교수인 에릭 브린욜프슨(Eric Brynjolfsson)과 그의 동료들은 정보기술 분야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있었던 거대한 규모의 투자가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이들은 대규모 투자가 그 자체로서는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음을 발견했는데, 이는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Robert Solow)의 “어디에 가든지 컴퓨터는 있지만 생산성 통계 작성에는 컴퓨터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신랄한 비평과 일치한다. (58쪽)




5. 기업 경영에 관여하다 보면, 이런 경험을 곧잘 하게 된다.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는 현상. 그것은 하나로 보여지는 문제가 실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GM도 그런 경우이다. 생산 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하였으나, 생산 시설을 해결한다고 해서 기대하였던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를 저자는 상호보완성의 문제라고 말한다. 



상호보완성은 사업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에 발생하는 변화들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설계자가 결정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변수의 내용을 변화시키면 다른 변수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기로 하자.

이러한 변수의 예로는 상품가격, 서비스의 수준, 상품 디자인의 변경의 빈도, 부채와 자기자본의 비율, 성과급 실행의 강도, 의사결정 권한의 하부 위임 정도, 기업 문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변수 중에서 한 개(또는 여러 개)의 변수에 변화를 주어 다른 한 개(또는 여러 개)의 변수의 내용이 증가하는 쪽으로 변한다면, 선택된 두 개의 변수는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 것이다. (54쪽) 


상호보완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해서 기업 성과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까? 적재적소에 투자하면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아마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하거나 투자에 대한 성과를 거두기도 전에 기업은 위기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면 의외로 기업의 많은 직원들은 이러한 투자를 싫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회사 직원 중 일부 계층에는 항상 위협 요소로 작용한다. 변화로 인해 과거의 행동 기준이 되었던 암묵적인 계약 관계가 파기될 수 있으며, 약속된 보상금이 날아갈 수도 있고, 기존에 확립된 권력 구조가 변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확립된 기술과 위치의 가치가 파괴될 수도 있고, 회사의 일자리와 그동안의 경력이 위험해지는 등 여러 가지의 위협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직원들은 변화에 대해 강하게 저항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면서 자신의 시간과 동료의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이런 일 때문에 변화를 실행하는 데는 비용이 들게 된다.

한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면 기업이 보유한 자원, 권한, 지급되는 보수 등을 재분배하는 기회가 생긴다. 따라서 기업의 직원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들의 미래를 안전하게 하려고 할 것이다. 직원들은 앞으로 닥칠 변화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회사 일을 하는 데 사용해야 할 시간과 자원을 이용할 것이고, 정보를 그릇되게 해석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왜곡시킬 것이다. (92쪽)



6. 적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작년 한 해 내 머리를 아프게 했던(심지어 과도한 음주까지 유발했던) 문제에 대해서 이 책은 어느 정도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문제 하나를 해결한다는 것은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또 다른 문제의 등장을 유발한다는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한 ‘상호보완성’의 문제였다. 그리고 경영자/리더의 역할, 조직설계와 전략, 성장과 혁신을 위한 다양한 조직 운영 방법들 등, 책은 상당히 딱딱했지만 끈기를 가지고 수록 많은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2004년에 영국 옥스포드대학 출판부에 나온 책이라, 지금은 다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노키아나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례(3M의 직원 혁신활동)나 동기부여에 대한 이론(최근 경영학에서는 기업 차원에서의 동기부여 활동이 그다지 성과가 없다는 식으로 이론이 전개됨) 등은 다소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상당히 좋은 책이다. 왜냐면 조직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하였을 때의 성과를 한 권으로 정리하고 있는 보기 드문 책이기 때문이다. 2005년 이코노미스트지에서 그 해 최고의 경영 서적으로 추천한 것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품절 상태이긴 하나, 중고 서적으로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니, 강력하게 추천한다. 





   

- 원서 표지와 존 로버츠 교수


* 존 로버츠 교수 사진을 구글링하다가 발견한 웹페이지.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상당히 좋아하는. 나머지 책들은 경제학 이론서들이라... 

http://www.themostinfluentialbooks.com/john-roberts-influential-books-stanford-professor-author/  





경영의 미학 - 10점
존 로버츠 지음, 이희문 옮김/교보문고(단행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