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가끔 다운로드 받아 보는 것이 전부다. 극장에 마지막으로 간 건 3년 전이다. 한때 영화에 빠져있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에 태만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딱히 챙겨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으니, ...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을 봤다. 아무 내용도 모른 채 매우 어렵다는 풍문만 듣고 봤는데, 어렵다는 점에서는 <<인터스텔라>>가 확실히 낫다. '인버전inversion'이라는 기술이 나오지만, 이건 가정이다. 엔트로피의 방향을 반대로 할 수 있다는 가정, 그런 기술을 미래의 누군가가 개발했다는 가정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 가정이 들어오면서 영화를 수수께기가 되고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인다. <<인터스텔라>>가 물리학에 바탕을 두고 중력과 우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면, <<테넷>>은 불가능한 기술을 가정으로 잘 만들어진 SF 액션 무비다. 다시 말해 과거, 현재, 미래를 뒤섞어 인과관계를 어지럽게 해놓은 수수께기같은 영화이지,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또한 대단한 통찰이 담긴 영화도 아니다.
따라서 확실히 재미있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더 흥미진진해진다. <<인터스텔라>>가 상당히 진지했다면, <<테넷>>은 <<인셉션>>스럽다고 할까. 현실과 다른 의식에서의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구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셉션>>처럼 <<테넷>>도 그 비슷한 가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인터스텔라>>를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았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 두길.
그런데 주연배우인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덴젤 워싱톤 아들이었다니, 이 글을 쓰면서 처음 알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