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소로스 투자 특강, 조지 소로스

지하련 2021. 12. 18. 20:34

 

소로스 투자특강 The Soros Lectures

조지 소로스(지음), 이건(옮김), 에프엔미디어

 

 

“불안감이 나를 깨어 있게 하고 실수를 바로잡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틀리면 부끄러워하지만 나는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 조지 소로스(자서전)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이자 신화적인 인물이며 워렌 버핏과 자주 비교되는 인물. 헤지펀드의 대부격이며(지금은 은퇴했지만), 과격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악명이 높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으로 칼 포퍼 밑에서 철학을 공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에서도 이 내용이 자주 언급된다.

 

이 책에 대한 윤지호(이베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추천사 일부를 옮긴다.

 

주식 투자의 긴 흐름에서 보면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계승자이고 소로스는 제시 리버모어 같은 모멘텀 투자자의 범주에 속한다. 모멘템 투자자는 균형보다 불균형에서 베팅하는 것을 선호한다. (7쪽)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가 분류했듯이 금융에서 위험risk와 불확실성uncertainty은 다른 개념이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과 불확실성이 동일하지만 위험은 분포와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 반면 불확실성은 분포 자체를 알 수 없다. (11쪽)

 

이 책은 소로스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가를 알 수 있다. 자신의 철학 같은 것(딱 철학하기엔 그렇게 체계적이진 않다)을 설명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부분은 확실히 재귀성reflexivity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이것도 소로스 투자론에 대한 관심 있는 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될 것이다. 

 

내 철학의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하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각하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속해 있을 때,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항상 부분적이고 왜곡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류성fallibility의 원리입니다. 두번째는 이런 왜곡된 관점이 부적절한 행동을 낳기 때문에 그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재귀성의 원리입니다. (41쪽)

 

인간사, 특히 경제학에서 헛되이 확실성을 추구하다가 재귀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야말로 인간사의 핵심적 속성입니다. 경제 이론의 바탕이 균형 개념인데, 균형 개념은 재귀성 개념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42쪽)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리버럴하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완고한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이 책에서도 포퍼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지만, 과연 포퍼의 철학에 동의하는 것과 소로스의 투자 철학, 혹은 방식을 연결 짓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포퍼는 금융 투자자들에겐 상당히 인기가 있음엔 분명해보인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책에서도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가 칼 포퍼이니. 

 

아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내용이다. 이 책을 읽은 지 벌써 2주가 지났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아니다보니, 전체적인 그림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재귀성만 알아도 될 듯 싶다. 아래 내용들도 대부분 이 재귀성에 대한 것들이다. 

 

첫째, 시장가격은 항상 펀더멘털을 왜곡합니다. 왜곡의 정도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작을 수도 있고 매우 클 수도 있습니다. 이 원리는 시장이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주장하는 효율적 시장 가설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둘째, 금융시장은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소극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이른바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는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러나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바로 이 부분을 놓칩니다. 사람들이 금융 자산의 가격을 잘못 산정하는 과정에만 집중할 뿐, 잘못된 가격 산정이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지 않으므로 행동경제학은 재귀과정의 절반만 분석합니다. (72쪽)

 

그러나 실제로 부동산 대출 시장과 부동산 담보 가치는 서로 재귀적 관계입니다. (79쪽)

 

미래도 예상해야 하는데, 미래는 사람들이 나중에 내리는 결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83쪽)

 

균형에 가까운 상황(시장이 무작위로 오르내린다)과 균형에서 동떨어진 상황(거품이 얍도한다)을 구분해두면 유용합니다. (85쪽)

 

먼저 가장 중요한 점은, 시장에는 거품이 끼기 쉬우므로 금융당국은 거품이 커지지 않게 하는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앨런 그린스펀 등은 이런 책임을 명확하게 거부했습니다. 그린스펀은 시장이 거품을 인식할 수 없다면 금융당국 역시 거품을 인식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93쪽)

 

둘째, 자산 거품을 통제하려면 통화공급을 통제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신용시장도 통제해야 합니다. 통화수단만으로는 부족하므로 대출도 통제해야 합니다. 잘 알려진 수단은 증거금률margin requirements과 최저 자기자본규제minimum capital requirements입니다. (94쪽)

 

셋째, 시장은 불안정한 법이므로 시장 참여자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위험 뿐 아니라 체계적 위험도 있습니다. (96쪽) 

 


재귀성에 따르자면 자본시장의 움직임은 자기강화self enhancing와 자기파멸self defeating로 나눌 수 있는데, 자기 강화 과정이 곧 긍정적 피드백이고 자기파멸 과정이 부정적 피드백이다. 자기 강화와 자기파멸은 언제나 일어나는데, 시장 가격은 균형에 가까운 상태near equilibrium와 균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far from equilibrium로 나눌 수 있다.

균형에 가까운 상태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기파멸 과정, 즉 부정적 피드백이 발생해서 큰 움직임이 일어나기 어렵다. 가격은 균형에서 멀어지게 하는 어떤 이벤트가 발생하고 자기 강화 과정을 거치면 가격이 균형에서 멀리 떨어진다. 균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자기 파멸을 일으킬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가격은 다시 균형을 향해 가는데, 가격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균형을 향해 가려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 
이것이 소로스가 이야기하는 호황-불황 모델이다.  - 홍진채(라쿤자산운용 대표)의 해제 중에서(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