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2030 축의 전환, 마우로 기옌

지하련 2022. 2. 26. 11:19

 

2030 축의 전환 (2030: How Today's Biggest Trends Will Collide and Reshape the Future of Everything)  
마우로 기옌(지음), 우진하(옮김), 리더스북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데 있다."
- 마르셀 프루스트 (17쪽)

 

“우리가 오늘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양조장, 빵집 주인들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에 신경을 쓴 덕분이다.”
- 애덤 스미스 (300쪽)

 

 

책을 다 읽은 다음, 마우로 기옌(Mauro Guillen)라는 저자를 기억해두기로 하였다. 그는 상당히 오랫동안 2030년 즈음에 예상되는 세계의 변화상에 대해서 조사하고 연구하였으며,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저서들과 기사, 논문들이 인용하고 있으며, 상당히 설득력 있는 어조로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의 세계에 대한 한 장의 요약을 얻고자 할 경우 이 책만한 것도 없을 듯 싶다.

 

목차는 아래와 같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1. 출생률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
2. 밀레니얼 세대보다 중요한 세대
3. 새로운 중산층의 탄생
4. 더 강하고 부유한 여성들
5. 변화의 최전선에 도시가 있다.
6. 과학기술이 바꾸는 현재와 미래
7. 소유가 없는 세상
8. 너무 많은 화폐들
위기는 어떻게 기회가 되는가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

 

 

각 챕터마다 각기 다른 주제/소재로 상세한 내용까지 다루고 적절한 저서 인용으로 인해 해당 분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해준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11쪽)라고 말하며 '기존의 주어진 상황에 집착하지 말고 상황 자체를 바꾸는 방법을 고민'(17쪽)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고를 수평적 사고라고 하며 에드워드 드 보노(Edward de Bono)가 개발한 개념이라고 한다. (* 드 보노의 책들도 국내에 몇 권 출간되어 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어느 정도 예측되고 나머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는 것은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방법론이 언급될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최선이므로 수평적 사고와 같이 틀을 깰 수 있는 어떤 태도나 방법론을 익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 책 후반부 <위기는 어떻게 기회가 되는가>에서 언급된다.

 

출생률에서 저자는 아프리카 대륙의 미래를 매우 밝게 전망한다. 특히 휴대폰 보급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아프리카는 지난 세기에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동시아에서 일어난 것과 비슷한 농업 및 산업의 이중 혁명을 경험할 것'(46쪽)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구글과 인텔, 이베이, 페이스북, 그리고 링크인드과 테슬라 등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 기업들은 미국 경제에 혁명을 일으켰으며, 창업자 혹은 공동 창업자가 이민자 출신'(55쪽)이라며 이민자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 없다고 말한다.

 

“이민자들은 상대적으로 젊기 때문에 이들이 일하며 내는 납부금으로 은퇴자들이 받는 연금을 보충할 수 있다. 전체 이민자들이 늘어나면 기금을 원활하게 운용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생각의 방향이다. 우리가 수평적으로 생각하면 위기는 오히려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61쪽) 

 

야당 대선 후보가 외국인들이 한국건강보험을 무분별하게 이용한다는 비난을 했는데,  실은 이들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은 흑자 였음에도 그는 대중을 호도하기 위해 이렇게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그대로 옮긴 주류 언론의 기자는, 아마 외국인들로 인한 건강 보험 흑자 상태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상당히 민감해서 대중을 쉽게 호도할 수 있다. 그러나 노령인구가 늘어나는 한국 사회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늘어나는 외국인들이다. 즉 이민자들이다. 미국 사회가 끊임없이 활력을 재생산할 수 있는 것도 여기에 있다. 한국도 그런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데, 아직도 수십년 전 사고의 틀로 대중을 잘못된 방향으로 어필하고 있으니, 그들에게 마우로 기옌의 이 책을 추천한다. 다 읽을 필요도 없다. 첫 번째 두 번째 챕터만 읽어도 된다.

 

코탄스키는 2017년 오니스트Onist를 세우기로 결심했다. 이 회사는 가족이나 다른 이해당사들이 유언장이나 소송대리권, 그리고 자산 목록 등을 포함한 재무관련 자료와 문서들을 공유하도록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 이용자들은 재정을 관리하던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관련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오니스트는 관련 소프트웨어를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에도 판매하고 있다. (92쪽)

 

노령화는 선진국가들의 당면 과제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해야 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가지지 않는다. 

 

런던 정경대학교 교수 폴 돌란 Paul Dolan은 미국인들의 행복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인생을 시간에 따라 추적하면서 좋은 자료들을 얻곤 한다. 이제는 뭔가 다른 말을 해야 할 것같다. 당신이 남성이라면 결혼하는 게 좋을 것이다. 여성이라면 결혼에 신경쓰지 마라.” 차이점은 결과 자녀가 여성과 남성의 인생 경험을 얼마나 바꾸느냐와 관련 있다. “남성은 결혼해도 어려움 없이 직장 생활을 계속하며 수명은 조금 늘어난다. 반면에 여성은 달라진 인생을 참고 견뎌야 하며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여성에 비해 수명도 줄어든다.” 자신이 추적한 자료들을 근거로 돌란 교수는 이렇게 결론내렸다. “가장 행복하고 건강한 집단은 한 번도 결혼하지 않고 자녀도 없는 여성들이다.” (165쪽)

 

결혼은 아직까지 남성에게 유리한 제도다. 또한 아이 양육은 부부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사회학자 제니퍼 글래서Jennifer Glass의 연구 결과는 이 부분을 강조한다. 즉 “부모는 아이 때문에 다양한 스트레스에 점점 더 많이 노출된다.” 하지만 “유급휴가와 육아보조금 같은 복지 정책이 많을수록 부모와 부모가 아닌 성인들 사이의 행복의 격차는 줄어든다.”(166쪽)라고 말하지만, 쉽지 않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정부나 국가가 만들어주지 않는 이상 출산율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 지구적으로 볼 때 인구가 많을 지 모르겠지만(멜서스의 함정Malthusian trap), 선진국가들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노동력의 감소와 노령층의 증가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세대론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흥미롭다. <<뉴요커>>의 지아 토렌티노Jia Tolention를 인용하며,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풍족하게 살 확률이 50퍼센트 뿐인 최초의 세대”이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이들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100쪽)고 말한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때까지 인도 타타 자동차의 '타타나노'가 성공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동차는 인도 시장에서 처참하게 실팼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라는 타타 나노 광고판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중산층이 아니라 더 가난한 계층을 떠올렸다. (116쪽) 미국 작가인 마거릿 할시 Margaret Halsey의 말처럼 '중산층에게 중요한 것은 소득 수준 뿐만 아니라 느낌'(115쪽)이었다. 결국 가난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타타나노를 대다수 사람들이 구입하지 않았다. 어느 기업가의 선량한 노력은 실패했다.

 

중산층이라는 것은 어쩌면 껍데기일 지도 모른다.  찰스 디킨스는 '우리는 중산층이야말로 영국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끊임없이 내세우고 있지만 중산층이란 그저 상류층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가난한 계층에 불과하다.'(122쪽)이라고 말한다.  

 

“사립학교 교사, 반쯤 굶고 있는 비정규직 언론인, 사무원, 공무원, 영업사원, 그리고 몇 번이고 장사가 망한 장사꾼 같은 이 나라의 침몰하는 우리 중산층은 이제 별 수 없이 노동자 계층으로 주저앉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생각했던 것만큼 크게 두렵거나 무섭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까.” 
-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Road to Wigan Pier>> (122쪽)

 

“나는 그저 이상적인 중산층이란 친절하고 점잖으며 정직하고 작은 일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나친 흥분을 피하고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요컨대 사랑이 넘치는 가정 생활과 누구나 존경할 수 있는 경영방식이라는 이상과 비슷하다.”
- 거트루드 스타인 Gertrude Stein(124쪽)

 

그러나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시 말해 빈곤층이 꾸준히 줄고 있다(137쪽)고 말한다. 선진국가들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이야기할 때 신흥 국가들에선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 마우로 기옌은 이러한 흐름이 세계 경제에 활력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페이스북의 운영 담당 최고책임자이자 유명 저술가인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린 여자아이가 정말 기가 세거나 독단적이겠는가. 그 아이는 그저 일찌감치 지도자가 될 자질을 내보인 것뿐이다." (184쪽) 

 

더 강하고 부유한 여성의 등장도 큰 변화로 다가올 것이다. 나는 한국 사회도 여기에 동참해야 된다고 믿는다. 나는 기업체 뿐만 아니라 정치계에서도 여성 리더들이 늘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길었던 것은 '여성호르몬과 번식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역할'(177쪽)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이른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위험들'에 적게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 직장의 위험한 환경, 알코올의존증, 흡연, 교통사고 등 20세기 들어 크게 증가한 위험들에 여성이 적게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177쪽) 

 

책은 도시, 과학기술, 공유경제, 암호화폐 등을 이야기하며 전망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예일대학교 정치학 교수 제이컵 해커는 자신의 책 <<거대한 위험의 변화 The Great Risk Shift>>에서 수십년 전부터 정부와 기업들이 시민과 노동자에 대한 의미를 회피하며 그 대신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를 제시해왔다고 주장했다. (292쪽)

 

미래에도 우리는 많은 문제와 마주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 이 책의 마지막은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짧은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위기는 어떻게 기회가 되는가. 
1. 멀리보기
2. 다양한 길 모색하기
3.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4. 막다른 상황 피하자
5.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낙관적으로 접근하기
6.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기
7. 흐름을 놓치지 않기 
(340쪽)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는 원론에 가까운 방법론, 태도, 접근법이다. 하지만 이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국은 모든 것이 중간 규모인 국가다. 다시 말해 자체적인 인구수나 경제 규모에만 의존해서는 미래의 번영을 장담할 수 없으며,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 없이 세계화에 앞장설 수 없다. 그렇지만 세 가지 중요한 변화를 기회로 바꿀 수 있으면 한국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우선 노년층을 시간제 근로자로, 그리고 환경 문제를 의식하는 소비자로 활용함으로써 경제 발전의 촉매로 삼자. 둘째,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 특히 '여성'의 창의력을 적극 이용하자. 셋째, 세계화, 국제 무역, 이민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변화에 뒤떨어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자. 이제부터 내가 소개하는 이야기들은 이런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들을 보여준다. (5쪽)

 

지난 설 연휴에 완독했고 이제서야 리뷰를 올린다. 상당히 좋은 책이었다. 추천한다. 

 

마우로 기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