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뒤늦게 알게 되는 이들

지하련 2022. 3. 24. 07:40

 

 

가끔 영어로 된 신간들은 얼마나 많을까 생각한다.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으니, 그 언어를 쓰는 작가들도 많을 것이며, 좋은 책들도 많을 것이다. 한글로 나오는 좋은 책들도 다 읽지 못하는데, 영어로는. 그래서 번역되지 않은 많은 작가들을 종종 그리워한다. 온라인 서점에 장바구니 목록에 영어 책들을 잔뜩 쌓아두고 있다. 제대로 읽을 능력도, 시간도 없으면서. 

 

영어 공부를 틈틈히 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 겨우 현상 유지만 할 뿐이고 영어로 된 비즈니스 아티클 정도 읽을 수준이다. 대화는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한두달 휴직계를 내고 캐나다 같은 곳에 단기 어학 연수가면 어떨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나마 음악은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먼저 멜로디를 듣고 가사를 되새긴다. 가사까지 되새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긴 하지만. 며칠 전부터 듣기 시작한 가수. Priscilla Ahn. 한국계 어머니의 성을 따서 Ahn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Sushi Sue도 한국계이구나. 

 

음악 스트리밍 어플이 좋은 점은 내가 모르는 가수의 노래들도 내 취향에 맞추어 추천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싱글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LP든 CD든, 앨범이라는 형식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겐, 뭐랄까, 음악 편식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가수마다 다르긴 하지만, 한 장의 앨범에는 다양한 음악이 실려있기도 하고 그 가수가 새롭게 시도한 노래도 있어 신선한 즐거움, 또는 듣는 모험같은 걸 선사하지만, 스트리밍 어플에선 이를 기대하긴 어렵다. AI까지 간섭하기 시작한 온라인 공간은 이제 편향과 편식으로 가득찬 곳으로 변해가는 건 아닐까. 19세기 러다이트 운동 처럼 결국 반-온라인 활동까지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Priscilla Ahn - Live 

 

나는 확실히 포크락을 선호한다. 클래식도 소규모 편성이나 독주곡을 좋아한다. 어떻게든 미니멀해지고 싶은 걸가. 글쎄다. 집에 있는 오디오도 처분하고 작은 것으로 바꾸고 싶은데, 그럴 여유마저 없으니. 

 

Susie Suh. 

 

 

rei brown 

 

레이 브라운은 온라인으로 EP만 냈고 오프라인 음반은 아예 없다. Susie Suh는 작년이었나 올해였나 신보는 낸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고. Priscilla Ahn은 발매된 음반들이 있으니, 구입할 생각이다. 

 

지금은 혼자 누워 음악을 들을 일도, 공간도 없지만, 그래도 근사한 음악이 있다는 건 삶의 작은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