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주부 모드, 그리고 짧은 생각,들.

지하련 2023. 2. 25. 13:17

 

매주 제안서에, 제안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수면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졌고 매주 긴장의 연속이다. 피곤한 몸을 끌고 집으로 오는 길. 동네 야채가게에서 부추, 상추, 대파를 사서 왔다. 주부 모드다. 하긴 요즘 집 식사 준비는 거의 내가 하고 있으니. 

 

집에는 아무도 없고, 통영에서 올라온 멍게가 와 있었다. 아이에게 멍게 비빔밥을 해주었다.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아 보이는 아이에게 일찍 자라고 하곤, 혼자 멍게를 회로 먹으며 소주를 마셨다. 밤 늦게 들어온 아내에게도 멍게를 꺼내 회로 만들어 주었다. 다들 잠이 들고 난 뒤, 나는 계속 혼자 술을 마셨다. 그리고 서재에 잠시 누었는데, 전등을 켠 채로 잠이 들었다. 자려고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나도 모르게 잠에 든 경우가 좋다. 요즘은 자려고 노력해서 겨우 잠 드는 경우가 많다 보니.  

 

멍게 비빔밥. 부추와 새싹 채소가 좋다. 상추도 나쁘지 않으나, 더 잘게 잘라 넣어야만 했다.

 

 

 

요즘 자주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곤 한다. 나이 탓이기도 하고 요즘 읽는 책 때문이기도 하다(주로 경제학이나 정치학 서적들이다). 나라 모습이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어쩌면 일부만의 생각인 듯하다. 우선 언론이 너무 잠잠하다. 전 정권이었다면 난리가 났을 상황인데, 너무 조용하기만 하구나. 최근 몇 년 간 보아온 언론들에 대한 배신감,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요즘엔 포털 메인에 걸린 뉴스도 거의 클릭하지 않는다.

 

그 다음 2번을 찍은 절반의 국민들. 그들에 대해선 먼저 한숨부터 나온다. 그런데 민주당이 더 한심해 보여서, 이젠 그 국민들마저 뒤로 밀렸다. 그냥 민주당 하는 꼴을 보면 절망감만 들 뿐이다. 도리어 국민의힘을 지지해, 국민의힘을 변화시키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민주당은 그들이 권력을 가졌을 때도 무능했고 그들이 권력을 잃었을 때도 무능을 넘어 없어져도 되는 정당이 되었다. 한 때 자신들의 정당에 있던 대통령을 탄핵했고 지금은 자신들의 대선 후보였던 이를 내치지 못해 안달난 조직이다. 차라리 이재명 대표가 나와 창당하는 게 더 나아보인다. 이들에게 다음 정권을 주는 것이야 말로 망국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아니고 무엇이겠가. 이렇게 정치에 낙담해 무당파가 되고 냉소적으로 변해간다. 아마 그들은 이재명 대표 때문에 지지도가 떨어진다고 여기는 듯한데, 적어도 내 주위엔 그런 사람이 없다. 도리어 민주당 자체를 싫어하게 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페이스북에 올렸던 잡 생각 두 개를 올린다. 이래저래 씁쓸하다. 

 

2월 20일

현 대통령에게 정의당 대표 심상정 의원은 옆집 누나라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다. 최근 정의당의 입장이나 태도를 보면서,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배운 그들(정의당의 국회의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고 앞집, 옆집 그런 식으로 일종의 보이지 않는 연대의식 같은 것이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지역이나 학교, 이런 걸 넘어서서 "지가 뭔데 나서" 이런 카르텔 같은 거다. 이 점에선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한국 정치를 움직이는 건 이념이나 당파성 같은 것이 아니다. 한국의 대다수 국회의원들에게 폴리티컬 컴퍼스(political compass)를 해보면 다 좌파로 분류되듯, 정책에서의 당파성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은행이 성과급 많이 가지고 간다고 대통령이 나서서 한 마디하는 건 대중주의적 좌파 정권에서나 하는 짓이 아닌가. 이낙연 패거리도 거기서 거기다. 
내가 지난 대선에 이재명에게 투표한 여러 가지 이유들 중 하나는 여기에 있다. 전투적이지 못한 문재인이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르텔 밖에서 시작했으나, 결국엔 카르텔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정의당은 참 보기 싫다. 진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극우 아나키즘 정당처럼 보인다. 

 

 

2월 23일

나는, 요즘, 자주, 내가 살아온 시대와 지금 시대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가를 깨달으며, 놀라고, 절망하고, 슬퍼한다. 젊은 친구들을 보며, 잘 살고 잘 배운 친구들의 태도와 억척스럽게 살아 남아 노력하는 친구들의 태도를 보며 세상이 내 기준에서 바라 왔던 바 어딘가 낯설게 변해가고 있음을.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빈부격차가 역량 차이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여타 서구 사회들처럼 빈부격차가 역량 차이로 귀결되는 모습을 자주 보며, ... 지금 기반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불합리하고 잘못된 경우를 당하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살만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문제다. 실은 이것도 검찰 조직 앞에선 무능력하겠지만 서도. 

(영화 '다음 소희'에 대한 포스팅을 인용하면서) 

 

 

문득 어제 술에 취해, 이런 생각을 했다. 이상주의자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현실주의자는 그 세상에 살아남는다. 

 

그건 그렇지. 이상주의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몸을 던지고 죽는다. 그것을 본 대중들이 함께 움직여 세상이 바뀐다. 그러나 현실주의자는 그렇게 만들어진 좋은 세상에 살아남아 자신들의 이득을 취한다. 그 좋은 세상을 지속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어 다행이라 여긴다. 이런저런 요리를 하며 늘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굴올리브유절임. 올리브유가 많이 들어가는 상당히 비싼 요리였다. 그러나 환상적인 맛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