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에 나이키의 D2C(direct to Customer) 전략에 대해서 메모해놓았는데, 아, 이 때만 해도 나이키가 그럭저럭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같다. 그 때 메모 내용은 아래와 같다. 어떤 기사를 읽고 적어놓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 당신의 이커머스 존재는 오프라인 스토어 경험과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Your e-commerce presence should be consistent with your in-store experience.)
* 온라인에서 판매한 제품들은 당신의 전체 브랜드 명성을 반영해야 한다.(Products sold online should reflect your overall brand prestige)
* 당신의 이커머스 존재는 고객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Your e-commerce presence should invite customer engagement)
* 당신의 이커머스 전략은 반복 구매를 통해 당신의 브랜드가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Your e-commerce strategy should grow your brand though repeat purchases)
하지만 체감적으로 요즘 사람들은 나이키보다 아디다스를 더 선호하는 것같다. 한국 상황일 뿐일까. 아니면 글로벌에서도 같을까.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닌 것같지만, ....
나이키의 성장이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올해초 1,6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으며, 실적 예상도 상당히 부정적인 상황이다. "온라인 리셀 플랫폼 스탁X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나이키와 조던 운동화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경쟁사인 아식스와 아디다스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각각 약 600%, 90% 늘었다."(한국경제 2024년 10월 2일자) 그리고 주가가 엄청 떨어졌다.
나는 솔직히 D2C가 답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여러 장점들이 많고 비즈니스 효과도 기대된다.
1. 통합된 디지털 경험.
디지털 금융에서는 슈퍼앱(Super APP)이 트렌드로 휩쓸고 있다. 하나의 APP으로 모든 금융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개인화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고객은 하나의 앱에서 이것저것 할 수 있으니, 여러 모로 편리하다. 또한 슈퍼앱을 만들면서 기존 레거시 시스템에서 다소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가령 삼성증권 APP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것과 삼성 모니모 APP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를 보면, 후자가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1년 전이라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측면에서 나이키도 통합된 디지털 경험으로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와 앱을 출시했다. 또한 소비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커뮤니티 등을 제공했다. 심지어 나이키는 스포츠웨어 회사인가, 아니면 디지털 회사인가 라는 찬사 아닌 찬사를 받기도 했다.
2. 디지털 중심의 유통 프로세스 구축
D2C는 e-Commerce를 지나 O2O까지 결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 경험과 오프라인 매장의 경험을 하나로 모으고 이 둘 사이의 차이를 최소화시키게 된다. 픽업서비스도 가능하며 집으로 배송도 요청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일화된 물류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상품이 배달되기까지의 마지막 단계까지, 흔히 라스트 마일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그리고 이 라스트마일만으로 상품이 등장했다.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은 이 라스트 마일을 차별화시켜 만든 제품/서비스라 할 수 있다. (* 실은 여기에는 매입 비즈니스 모델이 숨겨져 있긴 하지만. 국내 유통 업체들은 매입을 하지 않고 중개만 해왔다. 이를 바꾼 것이 쿠팡이다. 물류 창고 짓고 로켓배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매입 비즈니스를 하였기 때문이다.) 나이키도 이를 위해 공급망을 최소화, 최적화하였다. 표현은 단순하지만, 물류 프로세스를 최소화, 최적화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수반되어야 한다. 아마존 초창기 때, 제프 베조스가 월마트 물류 담당자들을 집중적으로 채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3. 멤버십과 스토리텔링
나이키플러스와 같은 멤버십프로그램이나 운동 플랜을 제시하는 등 개인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며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나이키만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이키를 구매하고 소비할 가치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이키의 위기는 변화에 대응해야 되는 영역과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되어야 하는 영역에 대한 구분을 하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변화에 대응하는 건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판매 채널의 축소나 경쟁력 있는 제품의 지속적인 개발과 출시는 놓치면 안 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아디다스와 나이키를 비교한 표다. 누가 승리했다고 하긴 어렵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해 왔으며, 현재 나이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다는 점 정도.
디지털 전략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사업의 전부가 될 순 없다. 그런 오판을 하면 안 된다. 하긴 그런 말을 하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고객과 저 사람은 자신이 디지털 영역에 있으면서 디지털 전략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이상한 의견을 가졌다는 고객이 반반인 것같다. 비즈니스에서는 100% 정답은 없으니, 신중하라는 의견이 될텐데...
올해 초에만 해도 나이키의 디지털 전략에 탄복했는데,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음을 알고 이에 한 번 빠르게 정리해보았다. 자료를 많이 찾아보았다면 좀 더 깊이 있게 썼을 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