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갑자기 귀가 울렸다

지하련 2007. 4. 2. 12:58


갑자기 귀가 울렸다. 꼭 만피트 상공에 있다가 갑자기 지상으로 떨어졌을 때의 느낌이라고 할까. 약국에 갔더니, 피로회복제 몇 알을 준다. 동네에 있던 피트니스클럽이 갑자기 문을 닫고, 회원들이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그러던 틈에 약 2달 정도 운동을 쉬었더니, 온 몸이 삐걱대기 시작한다. 일요일에는 혼자 와인 반 병을 마시고 취해 잠들었다가 밤 늦게 깨는 바람에, 아침까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뭔가 일어날 듯, 일어나지 않는 봄이다.

몇 년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나 대학교 이야기를 했다. 학교 다닐 때는 과 동기들과 같이 있는 걸 싫어했다던 이는 요즘엔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가 궁금하다고 했다. 토요일에는 술 마실 일이 한 두 건 있었으나, 아픈 탓에 집에 있었다. EBS MSMBA를 하고 있는데, 온라인이라고 만만하게 봤다가 요즘 고생하고 있다. 주말에 전화 한 통도 오지 않는 때가 많아지고 있다. 베르디의 '리골레토'를 보러갈까 했더니, 일정이 애매한 탓에 예매하지 못하고 있다. 올 가을에 공연할 예정인 '카르멘'은 놓치지 말아야지. 새벽 라디오에서 '카르멘'이 흘러나왔는데, 아름다웠다.

티셔츠 몇 장과 청바지를 샀다. 일 년에 옷에 투자하는 돈이 채 십만원도 되지 않았는데, 요즘 옷을 자주 사고 있다. '옷에 좀 투자를 하란 말이야'라고 여자 후배의 지적 때문이다. 그녀는 깔끔하게 변신해야 연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깔끔하게 변신하고 운동 열심히 해서 몸도 좀 다듬어야 겠다. 할 일은 계속 늘어나는데, 몸이 안 좋아지니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다. 데이비드 하비의 '포스트모던의 조건'을 읽고 있는데, 초반부에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 정리되어있다. 너무 많은 책들을 참고한 탓에, 조금 장황한 것이 걸리긴 하나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꽤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본질적인 차이를 알 수 있는 구절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비는 그냥 넘어가버렸지만.

점심식사를 하고 왔다. 다시 불확실한 미래와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