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추상의 자국

지하련 2006. 9. 24. 11:21
점. 선. 면. 추상은 내 몸에 자국을 남기며 계절 속으로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진다. 오랫만이다. 미술관 나들이는. 3월 봄날 새잎마냥 여리던 내 영혼의 표피가 담배와 알코올로 둔해지고 거칠어진 서른 중반. 내 시선은 멍하고 내 발걸음은 정처없기만 하다.

나에게 행운이 있다면, 아직 내가 왜 살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 나에게 불행이 있다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 희미한 말(言)들이 아스팔트 도로를 내달리며 내 목을 끌어당긴다. 조여오는 이 숨막힘. 이 가을, 나에게 남은 것이라곤 몇 년 전 겨울의 추억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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