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덧없는 행복 - 루소 사상의 현대성에 관한 시론, 츠베탕 토도로프

지하련 2011. 1. 4. 22:01


덧없는 행복 - 10점
츠베탕 토도로프 지음, 고봉만 옮김/문학과지성사


츠베탕 토도로프(지음), <<덧없는 행복 - 루소 사상의 현대성에 관한 시론>>, 고봉만(옮김), 문학과 지성사, 2006년 1판 1쇄




결국 루소는 도덕적 개인individu moral로 향한다. 이는 <<에밀>>의 귀결이기도 하다. 사회 상태와 자연 상태의 대립이라는 루소 사상의 큰 틀은 그 대립의 어정쩡한 화해로 무마되는 셈이다. 루소의 방황들은 ‘자신의 보편적 정신, 자신의 미덕을 다른 개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발휘’하며, ‘결혼을 하고 가까운 사람들을 사랑’하며, ‘자신의 국가를 존중’하고 ‘인류를 위해 몸을 바치는’ 도덕적 개인을 권하며 끝난다. 그리고 토도로프는 책의 말미에다 이렇게 적는다.


     루소는 ‘에밀’에서 다음과 같이 적는다. ‘인간을 사회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 약함이다. 우리의 마음에 인간애를 갖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바로 그
   비참함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그처럼 우리 자신의 나약함으로부터 우
   리의 덧없는 행복은 생겨난다.’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루소는 매우 선명하다. 토도로프는 루소의 사상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루소 사상의 귀결은 ‘덧없는 행복’이었으며, ‘도덕적 개인’이라는 점은, 이 책 초반에서 설명하던 루소 사상이 가진 에너지와는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인다.



실은 어쩔 수 없는 귀결일련지도 모른다. 인간애(휴머니즘)란 무한하고 빛으로 가득 차있는 신의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단호하게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와는 단절되어져 있다고 말했던 어떤 시대와 어떤 개인들의 생과 이 세계를 향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면, 그 몸부림의 귀결이 신이 사라진 이 세계 속에서 개인과 사회의 평화로운 화해를 바라며, 유한한 인생 속에서 실현가능성이 높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결론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성이란 이러한 결론을 향해가는 일련의 과정일 지도 모른다. 신의 세계에서 떨어져 나왔고 신의 세계로 되돌아갈 수 없으며 되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부딪히는 생과 이 세계의 비참함이 가져다주는 우울한 배반감과 절망 속에서 우리의 바람과 희망은 결국 실현되지 못할 테니 말이다. 루소의 저 덧없음은 젊은 날 가슴 속에서 밝게 빛나는 한 점 별빛을 향해 무수한 방황을 거듭하던 영혼들이 결국은 지쳐 되돌아와 앉던 그 자리들이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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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월 4일 덧붙인다.

오늘 펭귄 클래식 한국어판에서 새로 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받았다. 그리고 머리말에 츠베탕 토도로프의 글이 실려있었다. 토도로프라는 이름에, '덧없는 행복'을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그만큼 '덧없는 행복'이라는 책은 루소 해설서로 탁월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는 문학이론가로만 알려져 있던 토도로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내 서평이 제대로 책을 소개하고 있지 못해 안타깝지만, 츠베탕 토도로프의 '덧없는 행복'은 매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