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일기
올가 그레벤니크(지음, 글/그림), 정소은(옮김), 이야기장수
전쟁의 끔찍함을 말해서 뭐할까. 얼마 전 봤던 짧은 동영상이 떠오른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했었던 시절,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브리핑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다 듣고 난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임무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
https://youtube.com/shorts/LQq5RkL1egc?si=zIB81u1yWoy8QKxX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나는 우크라이나 정치 상황을 한 번 훑어본 적이 있었다. 실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2014년부터 간헐적으로 반복되어져 왔고, 그 상황 속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 정립에서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여기에는 서방의 무관심과 변덕도 한 몫 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집권 초반 얼마나 친미적이었는지는 잘 알려져있었지만, 그 이후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와의 제대로 된 관계를 정리하지 못했다. 동시에 러시아는 슬라브민족중심주의가 널리 퍼졌다.
이 책 <<전쟁일기>>는 우크라이나의 한 그림책 작가의 그림들과 짧은 글들로,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끔찍한 전쟁을 빌미삼아 아직도 이념과 사상으로 편가르기를 하는 이들이 정권을 잡고 있다. 가끔 그들이 또 다른 전쟁을 원하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너무나도 무신경하게 대결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니.
더 납득하기 어려운 건, 그런 이들을 지지하는 일반 대중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에 대한 신뢰나 기대가 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 걸까, 아니면 전 세계적인 트렌드일까. 중국도 그렇고 러시아도 그렇고 이스라엘도 그렇고.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한 지도자들이 등장해 나라와 세계를 말아먹고 있는데,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들이 사라지지 않는 건 도대체 어떤 연유일까. 더 끔찍한 것은 이 리스트에 한국도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전쟁일기>>는 짧고 강렬한 책이다. 부디 전쟁이 끝나길. 어른들의 분노와 절망, 슬픔이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