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불안과 스트레스, 그리고 위기

지하련 2024. 11. 30. 09:01

 

 

요즘 불안과 스트레스로 잠을 자지 못한다. 잠을 자지 못했다. 우리는 대체로 알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혹은 못한다. 어쩌면 행동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기에 모른다고 하는 편이 더 낫겠다. 이 점에서 나 또한 후회하고 반성한다. 노력해야 하지만, 마음도 몸도 예전같지 않다. 그저 아플 뿐이다. 나나 너나 우리나.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보면서, 저 무슨, '소 귀에 경 읽기'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냉소적일까. 얼마 전에 고향 어른들의 말들을 들으며 경악했는데, 그 쪽(경상남도)의 나이 드신 양반들은 아직도 이번 정권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했다. 다들 아직도 건강한 육십대 후반이거나 칠십대들이었다. 그러니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직도 지지를 거두지 않고 있는, 자신들이 이 나라의 몰락을 위해 투표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 너무 지독한가. 

 

폰으로 볼 때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구나. 며칠 전 눈 내리던 밤 찍은 창 아래 풍경.

 

플랫폼 사업자들로부터 나오는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 물류센터 일자리를 공격한다. 노동자 인권을 챙기는 사회운동가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그나마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쿠팡 물류센터 정도다. 그 외는 없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쿠팡이 만드는 일자리라도 없었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아는 것인가? 노동 환경의 개선은 중요하다. 반대로 개선된 노동환경에서의 낮은 임금이라면? 높은 임금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못한 제조업체들의 오프쇼어링(Offshoring)은? 왜 중소기업 직원들의 급여는 수십년 째 조금 밖에 오르지 않았는데, 대기업들 직원들의 급여는 얼마나 높이 상승했는가는 알고 있는지? 도대체 이자 놀이를 하는 금융기관 직원들의 급여는 비상적으로 높은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가? 

 

늘 만만한 상대만 골라 비난하고 공격한다. 미국 대선이 끝난 후, 이를 분석된 기사들 중에 그 동안 민주당은 일반적인 미국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왼쪽으로 더 갔다는 지적이 내 시선을 끌어당겼다. 수십년 간 미국에서 이어져온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귀결일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글쎄다.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위기와 여당 대선 후보에 대한 심각한 흑색선전이 민주당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사람들은 하나만 생각하지, 둘을 생각하거나 고려하지 않는다. 그것을 강요할 수도 없다. 그냥 애초에 한국 사람들은 그랬던 것이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나는 한국이 그나마 선전하고 있을 뿐, 앞으로는 빈부격차 뿐만 아니라 능력 격차,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등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하는 건 정치적 리더십이다. 국가/정부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정치 리더가 엉망이면 한순간에 무너진다. 마치 지금처럼.  

 

... 에효,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요즘 내 처지도 좋지 않다. 위기 상황이다. 다시 심기일전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다. 왜냐면 위기일 때, 있는 힘을 다해 변하고 도전해야 된다. 한국도 그래야 한다. 이 세계도 그래야 한다. 나도, 너도, 우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