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기면발작증, 그리고 시인 박서원

지하련 1998. 9. 22. 23:46

         
         
          기면 발작증.
          My Own Private Idaho 첫 몇 쇼트에 나오는 단어.
          그리고 시인 박서원이 앓고 있는 병.
         
          영화를 보고 난 다음 꽤나 멋있게 보였던 병(* 수전 손탁이
       말한 병의 은유?). 하버드 대학 법대에 다니는  애인과 헤어지
       고, 119 구급 대원과 결혼한 여자. 그리고 그 결혼의 실패.
         
          문학 잡지에 실린 그녀의 시를 읽고, 손톱 만한  그녀의 사
       진을 보고 난 다음 풍부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라는 감상과
       함께 실제로 만나면 꽤나 매력적이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
       나, 열음사에서 나온 그녀의 첫번째 시집은 그다지  좋지 못했
       고, 그것이 끝이었다. 가끔 잡지에서 그녀의 시를  읽었고, 최
       근에 나온, 문학평론가들에 의해 주목받았던 시집들을 보긴 했
       지만 사서 읽진 않았다.
         
          오늘 신문 기사들 가운데 그녀의 기사가 실렸다. 어느 후배
       가 짙은 화장을 한 그녀가 자신의 시를 읽는 모습을 보고 반했
       다고 말하는 풍경을 떠올려 보며, 그녀의 실패한  사랑과 그녀
       의 육체와 그녀의 고통을 생각해 본다. 가을 오후 늘 주머니에
       약통 하나를 가지고 다니는 시인의 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