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명화를 보는 눈, 다카시나 슈지

지하련 2005. 8. 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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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보는 눈
다카시나 슈지 지음, 신미원 옮김, 눌와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면서도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적절하게 역사적인 배경을 언급하고 다른 시대의 작품과의 비교, 다른 예술가의 작품과의 비교를 통해 읽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누가 읽어도 괜찮은 책이다. 개별 작품들 위주로 강의하는 수업에서 교재로 사용하기도 적당한 책이다.

각 작품들에 대해 이 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미술 작품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궁극적인 결론은 하나일 수도 있지만(만일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해둘만한 문장 몇 개를 적어본다.

산드로 보티첼리, <봄>
“사실 이 그림의 구성은 언뜻 보아 연극 무대를 연상시킨다.”(21쪽)

산치오 라파엘로, <작은 의자 위의 성모>
“사실 이 성모자상은 고딕 시대의 제단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엄숙한 그림이 아니다.”(45쪽)

디에고 벨라스케스, <궁정의 시녀들>
“이 <궁정의 시녀들>은 그다지 화려한 몸놀림이나 극적인 표현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순간의 모습을 교묘한 구도와 훌륭한 명암의 효과를 통해 화면에 정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바로크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79쪽)

앙투안 와토, <사랑의 섬으로서의 순례>
“그(로댕)에 따르면, 여기에 그려진 많은 남녀는 각기 복장은 다르지만 실은 남녀 한 쌍의 심리적인 움직임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117쪽)

귀스타브 쿠르베, <아틀리에>
“종래의 회화 표현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는 근대 회화의 혁명은 마네에 의해 막이 열리게 되므로, 쿠르베는 사상적으로는 급진파였지만 화가로서는 르네상스 이래 회화의 표현 기법을 집대성하고 그것을 철저하게 응용한 전통파였다.”(179쪽)

폴 고갱, <이아 오라나 마리아Ia Orana Maria>
“그렇다면 그것은 외부 세계를 눈에 비친 대로 가능한 한 순수한 형태로 재현하려 했던 모네 등의 인상파의 세계와는 정반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255쪽)
“현실에서 눈 앞에 있는 세계를 종교적 환상의 배경으로 이용하려 한 고갱의 경향”(255쪽)

앙리 루소, <잠자는 집시 여자>
“자네와 나는 현존하는 최대의 화가야. 양식으로 보자면 자네는 약간 이집트풍이고 내가 현대풍이지만.”(* 루소가 젊은 피카소에게 했던 말)(305쪽)

에드바르트 뭉크, <절규>
“예술은 자연의 대립물이다. 예술 작품은 인간의 내부에서만 생겨나는 것이며 그것은 다시 말해 인간의 신경, 심장, 두뇌, 눈을 통해 나타난 형상이다. 예술이란 결정(結晶)을 향한 인간의 충동이다.”(*뭉크의 말)(317쪽)

바실리 칸딘스키, <인상 제4번>
“1. 외부 자연의 직접적인 인상(이것을 칸딘스키는 인상이라고 부른다).
2. 내적 성격, 비물질적(즉 정신적) 성질을 가진 거의 무의식적인 우발적 표현(이것을 그는 즉흥이라고 부른다).
3. 반복해서 거의 학문적으로 완성되어 시간을 들여 정리된 내적인 감정의 표현(이것을 그는 컴퍼지션이라고 부른다).”(3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