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미술 비평의 역사, A. 리샤르

지하련 2007. 7. 24. 17:13

미술 비평의 역사
A. 리샤르(지음), 백기수, 최민(옮김), 열화당



‘미술 비평의 역사’같은 책을 읽는 이가 몇 명쯤 될까(안타깝게도, 나이가 들수록 이런 시니컬한 반응부터 먼저 보이게 되는 것은 정직한 미술사 연구자의 수만큼이나 미술사, 또는 미술 비평의 학술적 영역과 대중적 영역과의 괴리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우 좋은 책이다. 짧고 간결하게, 그러나 풍부한 인용들을 통해 미술사에 있었던 여러 비평적 태도에 대해 그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상학적 미술사 연구가 주된 경향으로 자리 잡은 이 때, 리샤르는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비평을 위한 새로운 이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은 미학, 또는 미술 비평에 있어서 거의 권력을 상실한 헤겔에 대해, 드니 위스망과 벤투리의 말을 인용하며 치켜세운다.


헤겔주의는 본질적으로 일종의 미학으로서, 처음에는 낭만주의 세대에 의해서 받아들여졌다가 그 다음 세대로부터는 의문시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비평을 보고 있으며, 그 비상한 힘을 높이 평가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헤겔은 모든 시대를 통해서 가장 위대한 미학자이다.”라고 드니 위스망(Denis Huisman)은 쓰고 있으며, 벤투리는 “예술사와 예술 비평을 정립하는 모든 미래의 시도는 헤겔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p. 73


이 책의 출판은 추측컨대 1950년대 이전이라 여겨진다(* 역서에는 아무런 서지 사항도 없다). 리샤르는 미술 비평의 방향을 크게 5 가지, 기술적 비평, 이념적 비평, 역사적 비평, 심리학적 비평, 형식주의적 비평으로 나누고 이에 해당되는 비평가들의 견해를 소개하며 요약한다.


리샤르에 의하면, 기술적 비평에서는 미술작품을 기법이나 주제/소재의 형상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비평이며, 이념적 비평은 미술작품 속에 담긴 가치, 이념을 중심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비평, 역사적 비평은 미술작품을 역사적 콘텍스트 속에서 해석하고, 심리학적 비평은 미술작품을 보았을 때의 느낌이나 미술작품을 제작하였을 때의 예술가의 반응, 또는 심리적 태도에 주목하는 비평, 형식주의 비평은 근대 미술 아카데미에서 내세웠던 바 고전적 미술의 규범에 따라 바라보는 비평이다. 각각의 구분은 현대 미술 비평에서 이야기하는 방식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며, 심리학적 비평의 경우에는 리샤르의 구분이 다소 애매한 부분도 존재한다. 그러나 때때로 리샤르는 현대 연구자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통찰을 보여주기도 한다. 관련 연구자들에게는 일독을 권한다.



미술비평의 역사
앙드레 리샤르 지음, 백기수 외 옮김/열화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