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달려간다. 인생은.

지하련 2007. 9. 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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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역에서 남영역까지 전철을 타고 움직였다. 초가을 햇살이 전철 유리창으로 밀려들었다. 사람들이 눈을 찌푸렸다. 손가락을 구부렸다. 다리를 오므렸다. 가슴을 닫았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옆으로 손이 짤린 외국인 노동자가 지나갔다. 산재 처리도 되지 못한 채,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한 채 구걸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구걸에 대해 알려준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구걸을 선택한 것일까.

간간히 구름이 지나갔다. 하지만 구름은 날 쳐다보지 않았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내 옆을 지나가면서도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어디선가 꽃내음을 밀려들었다. 하지만 그건 꽃내음이 아니라 길 가는 여자의, 심하게 뿌린 향수 냄새였다.

다리가 아팠다. 손바닥이 아팠다. 마음이 아프고 불안했다. 전철은 연신 흔들렸는데, 그 흔들림이 내 도보에도 영향을 끼친 것같았다. 종일 흔들, 흔들 거리며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