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에릭 사티의 아침

지하련 2007. 11. 7. 11:18
 
  저녁 식사는 오후 7시 16분에 시작해 20분만에 끝낸다. 밤 8시 9분부터 9시 59분까지 독서(큰 소리로 책읽기). 나는 규칙적으로 밤 10시 37분에 취침하러 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화요일에) 새벽 3시 14분에 깬다.

 
내 영양분은 하얀 색 음식에 한한다. 달걀, 설탕, 여러 조각의 뼈, 죽은 동물의 지방, 송아지 고기, 소금, 코코넛, 흰 물로 요리된 닭, 곰팡내 나는 과일, 쌀, 순무, 장뇌가 들어간 소시지, 가루 반죽 과자, 치즈(흰 색으로 변색된), 면, 샐러드, 생선(비늘없는).

  나는 포도주를 끓여 퓌크샤(수령초) 즙과 섞어서 차게 해 마신다. 나는 후식을 들지만 나 자신의 목이 졸릴까 두려워 먹을 때에는 결코 얘기하지 않는다. 나는 주의 깊게 숨쉬며(한 번에 조금씩) 매우 드물게 춤춘다. 걸을 때면 나는 내 늑골을 잡고 끊임없이 내 뒤를 돌아본다.

  나의 표현은 매우 심각하다. 내가 웃을 때, 그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며 나는 항상 매우 공손하게 내가 웃은 것에 대해 사과한다.

  나는 한 쪽 눈만 감은 채 깊은 잠에 빠진다. 내 침대는 나의 머리가 들어갈 만한 구멍을 가진 둥근 것이다. 매 시간마다 시종이 나의 체온을 재고, 또 다른 체온계를 주고 간다.

  - 에릭 사티, '건망회고록' 중에서


에릭 사티의 음악을 들으면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현대적 율동감을 느끼곤 한다. 한 밤 중 그의 음악을 틀어놓고 자다가 깨기도 한다. 마음이 어수선한 가을 오전, 에릭 사티의 선율 한 가닥 붙잡고 푸른 하늘을 멍하게 바라만 보다, 낮잠에 들고 싶다. 한 쪽 눈만 감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