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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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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날의 고독>> (원제 : 태어남의 잘못에 대하여)
에밀 시오랑 지음, 전성자 옮김, 에디터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루마니아어를 버리고 평생을 미혼으로 남은 채 파리 어느 다락방에서 프랑스어로 글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현대적이면서도 신비한 분위기에 휩싸인 어떤 매력을 풍긴다. 또한 그의 프랑스어는 어느 잡지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 세기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 문장들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이 매력, 그의 문장만으로 그를 좋아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가 가지는 인생에 대한 태도에 있다. 가령 이런 문장들, “젊은 사람들에게 가르쳐야 할 유일한 사항은 생에 기대할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났다는 재앙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그 재앙에서 살아남은 우리는 미친 듯이 날뛰면서 그 사실을 잊으려 안간힘 쓰고 있다”, “정신적 완성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 - 언제나 도박에서 실패했다는 것”

그는 분명 현대가 가져다 준 니힐리즘의 한 극단에 이른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절망하고 생을 저주했다는 것과 그가 오래 살았다는 사실은 독자에게 묘한 배신감을 들게 만든다. 그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밤낮 나의 염두를 떠나지 않는 것 중의 하나로 <죽음>이 있다. 또 나는 항상 자살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떤 독일의 저널리스트가 ‘당신은 자주 자살을 논제로 하는 것 같은데, 정말로 자살은 하지 않는군요’하고 나에게 농담을 한 일이 있는데, 자살이라는 관념은 말하자면 나의 <보조자>이며, 이 관념 덕택에 나는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죽음이란 생을 낭만화하는 원리이다. 생에 로맨틱(낭만적) 차원을 주는 원리이다’라는 노발리스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죽음이 없다면 생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허무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왜냐면 그의 허무주의는 수사적인 차원에서만 머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래 때때로 그가 싫어진다. 하지만 그의 글은 대체로 음울하지만 아름답고, 슬프지만, 대신 매우 열정적이다.

나는 그의 글을 좋아한다. 하지만 타인에게 함부로 추천하지는 못한다. 그의 생각은 너무 극단적이기 때문에.

에밀 시오랑의 다른 책들도 몇 권 번역되어있지만, 구할 있는 책은 <<절망의 끝에서>>라는 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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