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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SK브로드밴드의 IPTV에서 TV갤러리를 한다는 기사를 오늘 아침 읽었다. '아트폴리'와 제휴해서 진행될 모양인데, 이미 '아트폴리'에서 대해선 종종 들리는 미술 투자 관련 카페에서 그 정보를 이미 접한 터였다. 그런데 이 곳을 운영하는 곳이 '이노무브그룹'?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회사였다. 이 곳은 '롱테일법칙'과 관련된 책/아티클을 생산, 보급하고 관련 강의나 컨설팅을 하는 회사였다. 좀 관련없는 회사에서 미술 관련 비즈니스를 시작한 셈이다.

한 번이라도 미술전시을 유심히 살펴본 이라면, 온라인 갤러리가 얼마나 형편없는가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절대로 온라인(컴퓨터 모니터나 TV모니터)로는 작품이 가지는 생명력이나 디테일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그걸 제대로 전달하려면, 작품 설명자와 여러 각도에서 찍은 작품의 디테일을 보여주어야만 할 것이다. 그래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작품의 디테일 - 색상, 터치, 질감 등 - 을 자세히 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트폴리를 한 번 들어가보았다. 컨셉은 단순하다. Web 2.0에 기반한 Market Platform을 만들고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품 가격은 몇 만원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쁘지 않다. 좋은 작품은 경제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좋은 작품(작품의 질)이 문제다. 작품은 무조건 직접 보고 확인해야 된다. 카타로그 보고 구매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행위 중의 하나인데, 컴퓨터 모니터 보고 어떻게 작품을 확인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미묘한 문제라는 것이다. 각자의 취향이 있고 선호가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도 각 갤러리(주인)마다 특성과 성향이 있어, 전시하고 판매하는 예술가들의 작품 스타일로도 구분 가능할 정도다(한국은 다소 덜한 편이고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두드러진다).

갤러리의 명성은 대단한 작품성을 가지고 오랜 생명력을 가진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작가를 얼마나 빨리 알아채고, 이 작가와 얼마나 오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미술 시장에서 이 작가의 상품성(작품성, 명성, 가격)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는가에 의해 유지된다. 이는 1-2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 3-4년 이상은 투자해야만 얻을 수 있는 명성이다(외국에는 백 년 이상 된 갤러리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마켓의 경우에는 이러한 시스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구입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 그렇지 않는 작품인지에 대한 자세하고 전문적인 조언을 구할 수 없다(한국의 상당수의 갤러리에서도 마찬가지일 지 모른다). 특히 이는 미술 작품 구입을 최초로 하는 이들에겐 매우 위험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미술 교양서 한 두 권 읽고 국내에서 열리는 대형 미술 전시를 일 년에 몇 번 본다고 해서 현대 미술에 대한 감식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미술 작품의 계량적 가치에 대해서 아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좋은 작가와 작품을 보는 눈을 가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우습게도 이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으로 인해 많은 컬렉터들이 초반에 거액의 수업료를 치르고, 상당수의 갤러리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다.

'아트폴리'의 실험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글쎄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판매하는 채널로서 온라인은 너무 위험하고 바람직해 보이는 채널이 아니다. 이는 작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자신의 작품을 올리는 작가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작품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사람에게는 그저 줘도 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만(파울 클레의 작품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다녔던 발터 벤야민 정도라면), 그렇지 않다면 작품 판매에 열 올리지 말고 창작에만 전념하는 편이 좋다. 

내가 한국에 있는 갤러리들이 가지는 후진성(비즈니스 관행이나 시스템, 가격 정책이나 고객 서비스)에 대해선 늘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몇몇 갤러리 주인들이 가지고 있는 감식안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그들의 감식안은 놀라운 수준이다. 그들은 작품이 가지는 공간 장악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작가나 작품의 생명이 얼마나 갈 지에 대해서도 탁월한 지식과 통찰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된다. 한국의 미술 시장이 어떠니, 미술 관행이 어떠니 해도,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은 얼마 지나지 않다, 눈 좋은 갤러리에 의해서 선택되니까 말이다.

(대신 한국의 미술 수용의 폭과 범위가 너무 좁다는 것 뿐이다. 그래서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갤러리들의 수익 모델은 작품 판매에 있으니, 시장에서 판매가능한 작가에게 우선적으로 연락하게 되고 아직 고객층이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에, 뜨는 작가나 뜨는 트렌드가 너무 부각되어, 이것이 일종의 악의 순환고리를 만들고 있다. 올해 KIAF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니. (송구스럽게도) 내가 했던 아트페어의 수준은 뭐 말할 수준도 못 되지만)

혹시 미술 작품 구입에 관심있다면, 미술 작품 구입이나 투자는 부동산 투자하고 그 형식적인 부분에 있어서 똑같다. 즉 '발품'이다. 얼마나 자주 갤러리를 돌아다니는가, 얼마나 미술 감상에 시간 투자를 하는가의 문제이지, 책 몇 권 읽고 안 읽고의 문제는 적어도 아니라는 것이다. 책 읽은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이들이 미술에 대해 뛰어난 감식안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작은 돈이라도 모아서, 좋고 큰 작품 사는 것이 좋다. 조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해줄 수 있다.

적고 보니, '아트폴리'에 대해선 많이 적지 못했다. 워낙 미술을 위한 온라인 마켓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 그런 듯 싶다. 차라리 '이베이의 온라인 마켓'이 낫지 않을까? 싸구려 그림들이지만, 거만 떠는 한국의 많은 온라인 경매 사이트들이나 거창한 캐치프레이즈같은 건 없어 내 눈에는 훨씬 나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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