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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노년의 즐거움 - 6점
김열규 지음/비아북



'한국학의 석학이자 지식의 거장인 김열규 교수!', '한국의 키케로' 김열규 교수의 노당익장老當益壯 분투기! 

하지만 책 표지에 있는 이 수사에 비해, 책의 내용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더구나 군데군데 잘못된 정보도 있었다. 가령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자화상이라고 알려진 스케치가 실제 다 빈치의 자화상이 아니라는 사실은 미술사에 식견이 있는 이에게만 알려진 사실이라고 치자. 하지만 자끄 플레베르의 '아침식사'를 일부만 옮겨놓고 이렇게 적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이 지루하고 답답하면서도 얄궂은 시는 프랑스의 현대 시인 자크 프레베르의 작품이다. 이는 빈 커피잔과 함께 남겨진 아내가 투덜대는 것이지, 시가 아니다. 잘해야 구시렁댐이고 잘못하면 이혼 사유서 같은 것이다. 할 짓, 할 말은 하지도 않고 안 해도 좋을 시시한 일만 골라서 한다는 것, 그게 이 작품의 대의이다.
샹송 '고엽'으로 유명한 프레베르, 초현실주의를 내건 이 별난 시인에게는 일상성이야말로 포에지, 즉 시정신의 탯불 같은 것이다. 초현실을 내건 시인이 이런 시시한 일상을 노래하다니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194쪽 ~ 195쪽


그는 이 시의 제목도 밝히지 않고, 시의 전문이 아닌 일부만을 인용한 채, 이 시를 한참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담백한 연시로 유명한 자끄 플레베르의 시를, 문학을 전공하고 가르친 교수가 잘못 알고 있다는 건 의외의 일이다. 

(자끄 플레베르, '아침식사' 원문 - http://blog.daum.net/skdmlgkfnek/7233266 )

전체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수필집이지만 기대할 필요까진 없을 것이다. 책을 공짜로 받고 이런 서평을 쓴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책은 저자의 경력에 비해, 함량 미달이었으며, 자신의 노년 생활을 자랑하기 위해 쓴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과연 한국의 노인들 중에 저자와 같은 삶을 사는 이가 몇이나 될까. 책을 읽으면서 머리에선 출근길, 지하철역 앞에서 마주치는 김밥이나 찬거리를 파는 노인들의 얼굴이 떠나질 않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얻는 것이라곤, 김열규 교수만의 일상일 뿐, 우리 시대 노인들의 일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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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6

  • 윤민연우맘 2009.08.14 19:33 신고

    학교 다닐 때 호기심 삼아 국문과 수업을 들은 적 있는데
    가뜩이나 한국 대학의 국문학 수업은 영 신통찮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는 와중에
    이 양반이 쓴 교재는 더욱더 하품나는 것이었더란.
    이 양반의 이름 석자만으로도 이 책이 벌써 지루하고나.
    제목만 봐도 딱 진단이 나와.

    아침식사는 비문학 전공자이면서 시를 안 좋아하는 축에 속하는 나조차 좋아하는,
    몇 되지도 않는 시 중 하나인데 쫌 어이 없는 노인네로세.



이름 없는 주드 1 - 10점
토마스 하디 지음, 정종화 옮김/민음사


이름 없는 주드 2 - 10점
토마스 하디 지음, 정종화 옮김/민음사




소년이여, 꿈 꾸지 마라. 그리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해라.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자신이 자란 마을을, 그대의 부모와 가문을. 만일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더라도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라. 그리고 절대로 자신의 고통스런 가난을 저주하지 말며, 타인들의 삶과 비교하지도 말 것이며, 자주 견디기 힘들고 쓸쓸할 지라도 그 일상을 소중하게 여겨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드는 늘 다른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바라는 어떤 미래를 향해 서 있었다. 그는 꿈을 꾸고 있었다. 크라이스트민스터에서의 평온한 삶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의 일상을 꿈꾸었으며, 사촌인 수와의 사랑을 지키며, 사촌과의 결혼을 원했다.

그러나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아선 안 된다. 이 오랜 격언은 주드가 속했던 19세기도 합당했으며, 그 이전 과거의 어느 시대나 지금, 21세기 한국에서도 마땅한 격언이다.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한두 번 이상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곤 한다. 그 중 몇 명은 오르지 못할 나무로 올라가곤 한다. 그리고 시도했던 대부분의 이들은 소리 소문 없이 절망하고 포기하고 쓸쓸하게 죽어간다. 마치 주드처럼.

주드는 세속의 천박함과 용감스러운 무지로 가득 찬 아라벨라의 결혼 생활이 견디기 힘들 지라도 만족하며 살아가야만 했다. 이는 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필롯슨과의 결혼 생활을 견뎌야만 했다. 용납하기 힘든 불합리를 견디는 것, 자신의 순결한 영혼과 안타까운 사랑을 숨기고 거짓된 세속의 때를 묻히며 거짓된 사랑으로 살아가며 견디는 것.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자 노하우이며, 어느 시대에야 요구되는 세속의 법칙이다. 헛된 희망보다 빠른 포기가 나은 법이다. 주드의 비극은 꿈꾸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자신의 역량과 한계를 빨리 파악하여, 적당한 시도와 적절한 포기를 섞어가며 살아야만 했다.

혹시 꿈꾸고 있진 않은가. 누군가와의 사랑을, 어떤 희망이나 바람을. 우리가 바라는 어떤 꿈들이 가을날 석양에 걸린 나뭇잎이 매섭게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듯, 세상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세속적 환경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불합리하고 거짓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더라도, 침묵을 지키며 견뎌야만 할 것이다.

주드의 비극이 주드의 잘못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화석화된 전통과 규범을 지키며, 스스로 생각하기 보다는 천박한 욕망이나 타인의 목소리에 더 기울이는 그 시대, 그 시대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여긴다고 해서, 주드의 비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처절한 비극으로 끝이 나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는 현대의 주드와 수가 있을 것이니, 주드와 수에게 공감한다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세상 사람들의 무지와 허위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세속의 무지와 허위를 벗어던지고 도시 어딘가에 숨죽이고 있을 오늘날의 주드와 수의 친구가 되는 것임을.



토마스 하디(Thomas 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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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이른 오후는 다소 한산하다. 하지만 관람객들의 눈초리는 예사롭지 않았다.

오후에 텔런트 박상원 씨가 왔다. 그의 사진은 언제 이렇게 사진 작업을 해왔는가 싶을 정도다. 오후 3시 팬 사인회를 했다. 자신의 팜플릿에 사인을 해 많은 사람들에 주었다. 그의 일상에 여유를 주는 것이 두 가지 있다면, 아마 그것은 연기와 사진 작업일 게다.

사인을 해주는 사진 작가 박상원.

아빠 손을 잡고 KASF 2009에 온 두 꼬마. 잔뜩 작가들의 전시 팜플릿을 챙겼다.

시간이 지날 수록 각 전시실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작품을 보는 관람객.



Korea Art Summer Festival 2009는 오는 9일(일요일)까지 강남 대치동 학여울역 SETEC에서 진행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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