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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자유롭지 못한 영혼 하나
또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으로
날아와 보잘 것 없는
절망의 흔적을 남긴다

"누가 우리를 위해 증언해 줄 것인가? 우리의 작품인가, 아니면 대체 무엇인가, 단지 ......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 그러나 사랑은 침묵이다. 우리는 모두 남모르게 죽어간다."
- 알베르 까뮈

몇 달만에 벗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모델이다. 그는 티브이에 나오기도 했으며, 곧잘 패션쇼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자유였다. 그는 그 자유를 위해 자신의 젊음을 망가뜨리기로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아래에서 망가짐이란, '자본으로 온 몸에 떡칠하기'다. 일 년 전쯤, 그와 함께 강남의 술집과 호텔 나이트를 전전했으며, 새벽이면 이태원으로 나갔다. 지금 그는 술과 여자로 젊음을 탕진하고 있다. 오늘 전화기 속에서 그는 대뜸 나에게 "술 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밤 10시가 지난 상태라 은행 현금인출기가 되지 않는 까닭으로 해서 그의 작은 희망을 들어주지 못하고 말았다. 아마 그가 자유를 꿈꾸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망가지지 않고, 잘 나가는 "스타"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몇 명의 여자가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미소를 지으며 내 앞을 지나갔고, 몇 명의 남자는 베낭을 메고 인도로 떠났다. 가끔 자신의 광기를 주체하지 못한 채 무너지는 젊음과 만나기도 하고, 가끔 자신이 누구인가에 집착한 나머지 모든 것을 버리는 젊음과 만나기도 한다. 술에 취해 아스팔트 위를 기어갔던 적이 있었다. 그 순간 허공을 비추는 별빛이 얼마나 아름다웠던가를 난 기억하지 못한다. 술은 하늘의 별빛보다 더 위대한 것이다. 모든 기억, 모든 아픔들은 술 속에서 묽어지고, 술과 더불어 우리들에게서 멀어진다.

오늘 누군가 아이디 해지 신청을 했고, 오늘 누군가 우리집에 전화를 걸어 아직까지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몇 년 만에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꺼내보았다. 책의 첫 여백에 적힌 글자들....

"내 사춘기 때 유일한 꿈은 사랑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 아직까지 사랑을 하지 못했다. 거짓으로 세상을 살아서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일까. 활자의 틈 속에서 죽고 싶다. 영원히."
- 96.4.4. 涉.

혹시 꿈 속에서 꿈 속 허공을 나는 '검은새'를 만난 적이 있는가. 그 검은 새. 그는 우리들이다. 정처없이 아스팔트 위를 떠도는 90년대의 우리들. 그 위에서 상처 입어도 우리는 우리의 상처를 치료할 수 없다. 단지 그 상처가 곪아가는 과정을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며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밖에 없다.

어제 집을 나간 그녀와 오늘 해지 신청을 한 그녀에게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는 소설책 첫머리에 놓인 詩人 안재찬의 산문을 들려주고 싶다. 턴테이블에 존 레논의 'LOVE'를 올려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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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impse into Korean Modern Painting
          『근대를 보는 눈』- 한국근대미술:유화
         
         
          1.
         
          이전에 윤범모의 <<근대 유화 감상법>>(대원사. 1997)을  소개한 적
       이 있었다. 앞에 올렸던 글에서 한국근대미술의 흐름에 대해 길게 설명
       하지 않은 것은 윤범모의 <<근대 유화 감상법>>을  읽거나, 전시도록을
       읽으면 될 것같아 짧게 감상만 적어 올린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보니, 글의 모양새가 가히 좋지 않아 이렇게  간략하게나마 한국근대미
       술의 흐름에 대해 글을 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앞의 글에
       서 했기 때문에, 이 글의 내용은 그저 도록의 요약 정도이리라.
          (* 전시 도록의 해설도 윤범모가  했다. 그러니, <<근대 유화  감상
       법>>을 읽은 사람이라면, 별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전시 도록의 도판이 더 정확한 색깔로 인쇄되었음으로  관심이 있다면,
       구입하는 것도 좋으리라. 참고로  대원사에서 나온 오광수의  <<서양화
       감상법>>도 가지고 있으나, 이 책 역시 도판이 엉망이다.)
         
          2. 한국 유화의 시작
         
          유화란 서양의 것임으로 해서, 중국이나 일본, 한국은  수용하는 입
       장이었다. 이 세 나라 중에서 일본이 가장 빠른  걸음을 보여주었으며,
       한국은 가장 늦었고, 한국 근대 유화는 동경미술학교  졸업생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 이전에 개항과 동시에 서양인 화가들이 들어오기도 했으며, 휴버
       스 보스는 <<고종황제어진>>(1899)을 그리기도 했으며,  구한말엔 프랑
       스 정부와 합의하여 공예미술학교 설립을 추진했으며, 이  계획의 일환
       으로 프랑스의 젊은 도예가 레이몽이 국내에 들어오게 되었다. 하지만,
       공예미술학교는 설립되지 못했고, 레이몽은 몇 년간 허송세월만 보내다
       돌아갔는데, 이 시기에 고희동은 그의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경험으로 해서 고희동은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된 것이다. '최초 한
       국 근대 유화의 시작'일 것이다.)
         
          1910년대는 새로운 화단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였다. 그리고,  이 시
       기를 주도한 것은 동경미술학교 유학생들이었다. 고희동, 김관호, 김찬
       영, 나혜석(女) 등이었다. 특히 김관호는 <<해질녁>>(1916)이라는 작품
       으로 일본文展에 출품하여 특선을 받기도 했다. 이 사실을 기쁜 마음에
       전하는 당시의 신문 기사엔 김관호의 그림 대신에 "김군의 그림은 사진
       이 동경으로부터 도착했으나 여인이 벌거벗은 그림인고로 개재치 못함"
       이라는 글귀가 실렸는데, 그 당시의 시대상을 알기에 충분하다.
         
          1920년대 총독부가 주관한 조선미전을 통해 화가들이 배출되고 화단
       이 이루어졌다. 서화협회의 서화협전이 있기도 했지만, 전통 서화가 주
       도였으며, 순수한 미술단체였으며,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던 조선미전을
       따라갈 정도는 되지 못했다. 1921년부터 협회전을 시작하여 1936년까지
       15회의 '서화협전'을 했으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총독부 주관의 조선미전은 신인 대상의 공모전이었으며,  일본의 식
       민정책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미전의 대다수  수상
       화가들은 일본인 화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화가들이  이 미전
       을 통해 빛을 받았는데, 특히 이인성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1920년대의 특징할 만한 것으론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
       의 등장일 것이다. 여기엔 조각가 김복진도  있었는데, 미술평론가로도
       활약을 했다. 그러나, 익히 알다시피 카프는 와해된다.
         
          1930년대는 여러 그룹들이  등장해 활동하였는데, 여기에는  녹향회
       (1928. 김주경, 심영섭 등), 동미회(1930), 목일회(1934. 김용준, 황술
       조, 구본웅, 길진섭 등), 목시회(1937. 목일회의 후신) 등의 계열과 백
       만양화회(1930), 백우회(1935),   재동경미술협회(1937), 백만회(1937)
       그리고 녹과회(1936. 엄도만, 송정훈, 임군홍 등)와 대구지역의 향토회
       (1930. 서동진, 김용준, 이인성 등)가 있었다.
         
          녹향회는 조선의 향토적 정서를 탐구하고자 한  유화가 그룹이었고,
       동미회는 동경미술학교 출신들의 모임이었다. 목일회는  참여화가의 대
       다수가 동경미술학교 출신이라는 점에서 동미회의 분과라는  평을 받기
       도 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대구지역의 향토회일  것이다. 창립
       전에 김용준이 참여했으며, 조선미전을  통해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던
       이인성도 이 전시에는 꼭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또한 김용준의 참여나
       모임의 이름에서 조선향토색론이 1930년대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
       사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의 예술은 서구의 그것을 모방하는 데 그침이 아니요, 또는 정
       치적으로 구분하는 민족주의적 입장을  설명하는 것도 아니요,  진실로
       향토적 정서를 노래하고, 그 율조를 찾는데 있을  것이다.'라는 김용준
       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순수미술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반대한 입장이 카프였다. 또한 향토색론이 조선미전을 통해  더욱 활성
       화되었음으로 해서 일본의  식민지 문화정책에 이용당한  미술론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향토색론에 있어서 오지호는 자기 나름대로의 작품세
       계를 추구했으며, 지배적인 향토색론과 거리를 둔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1930년대 후반부터는 친일미술이 대두되기 시작하는 비극이 연
       출되는데, 대다수의 화가들이 이  상황에 대해 침묵을 한다.  구본웅은
       "미술인이여! 우리는 황국신민이다. 가진 바 기능을 다하여  군국에 보
       (報)할 것"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45년 해방이 되고 난 다음 한국 근대 미술에 또하나의  비극이 생기
       는데, 그것은 월북화가들의  존재였다. 월북화가로는 배운성,  김주경,
       길진섭, 김용준, 정형웅, 김만형, 최재덕, 이쾌대, 이순종, 윤자선, 이
       해성, 임군호, 엄도만, 한상익, 방덕천, 정온녀, 깅웅, 박문원 같은 화
       가들이었다. 특히, 이쾌대의 경우는 포로수용소에서 월북을  택해 월북
       초기엔 그런대로 대우를 받다가 불행한 말년을 보내게 된다.(* 현재 북
       한미술사에 이쾌대라는 이름은 없다) 또한 남쪽의 우리에게 이쾌대라는
       이름은 몇 십년동안 금기시된 이름이기도 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화가가 있는데, 1960년 북송선을 탄 조양규이다.
       그의 작품은 동경 국립근대미술관에  상설전시되고 있으며, 전후  일본
       미술의 공백기를 메워 준 작가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존재 역시 북한미술사에 이름이 없다.
         
          전쟁 이후의 남한 미술계는 '조선미전'을 본따  실시되는 '대한민국
       미술 전람회'(국전)가 주도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가히  '국전시
       대'라 할 만하다. 이 국전에 떨어진 화가가 박수근이다. 이  사실을 통
       해 국전의 보수성을 알 수 있으리라.
         
          3.
         
          '한국 근대 유화의 역사는 서구 형식의 역사와 한국의 (...) 영혼과
       의 만남일 것이다. (...) 그 절정은 박수근, 김환기,  이중섭 등이다.'
       라고 이전에 올렸던 글에서 이야기했다. 문제는 형식과  영혼의 만남일
       것이다. 그리고 이 만남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 화가가  박수근, 김환
       기, 이중섭이라 생각된다. 또한 <<전후 근대 미술의 변환>>이라는 테마
       속에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이 특별전시되기도 했다(* 위와 같은 결론
       은 이 특별전시 때문이기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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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성의 경험 - 10점
마샬 버먼 지음, 윤호병 옮김/현대미학사




<<현대성의 경험 :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 속에 녹아버린다>> 

마샬 버먼 (윤호병, 이만식 옮김).   현대미학사. 1994.



01. 

"현대적으로 된다는 것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생활을 소용돌이로서 경험하는 것이고, 영원한 해체와 재생, 고난과 고통, 애매성과 모순 대립 속에서 자신의 세계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며, 견고한  모든 것이 대기 속에 녹아버리는 세계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모더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든간에 자기자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고, 현실, 아름다움, 자유, 정의 등 소용돌이의  도도하고 위험스러운 흐름이 허용하는 것들의 형태를 찾아서 그 흐름  속에 합류하는 것이다." ( 425쪽 )  

          

02.

마샬 버먼은 강력한 모더니즘 옹호자이다. 그것은 그가 이  책을 기획했을 1970년대 초반엔 '모더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한' 현상이 아니었지만, 이 책이 출판된 1980년대엔 그가  모더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꼭 다른 혹성이나 다른 은하에서 온  것처럼 되어버렸고, 그는 어쩔 수  없이 모더니즘 옹호자가 되어버렸다.  포스트모던을 주장하는 사람들 조차도 그들이 모더니스트임을 알지 못한 채  마샬 버먼을 낯선 시선으로 쳐다보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자아낸 것이다. 

          

버먼이 강력하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발전과 파괴'라는 모더니즘의 강력한 특징이다. 그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는  괴테의 <<파우스트>>, <<공산당 선언>>, 보들레르, 페테스부르그, 뉴욕을 질주한다. 그리고, 어떻게 "견고한 모든 것이 대기 속에 녹아 버리고,  신성한 모든 것이 저속한 것이 되며, 인간은 마침내 제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진정한 인생의 조건 및 자기 동료와의 관계에 직면하도록  강요받는"가를 보여준다.( * ""는 <<공산당선언>> 속에서 인용된 것임) 

          

03.

발전한다는 것은, 진보한다는 것은 두메산골에서 나와  도시로 나와되는 것이며, 한 나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며, 과거로부터 떨어져 나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 

          

"현대 경제의 본질적인 역동성 및 이러한 경제에서 비롯되는 문화의 역동성은, 좀더 많은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 세계를 새롭게  끊임없이 계속해서 창조하기 위해서 그것이 창조하는 모든 것 -  물리적인 환경, 사회제도, 형이상학적인 아이디어, 예술적인 비전, 윤리적인 가치 - 을 전멸시키는 것이다."( 349쪽 )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고향에 도달하는 것을 꿈꾼다. 

          

04. 

이 책 속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며, 무수한 책들이 펼쳐지고, 연극, 영화, 그림, 무용까지 '현대성'이  어떻게 우리들에게 경험되었는가를 증명해 주기 위해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따라 현대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동시에 전혀 다르게 평가되었고, 멀리 떨어진 위치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똑같이 '현대적'인가를 알기도 한다. 

          

05. 

불행하게도 마샬 버먼의 뛰어난 지식을 따라가기에 우리의 번역자들은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그러는  동안  장-룩   고다르(Jean-Luc Godard)는   『호흡정지』(Breathless),『멋대로 살아라』(Vivre sa Vie) 및『여성은 여성이다』(Une Femme Est Une Femme)에서 파리의 거리를..." ( 391쪽 ) 

          

라고 옮기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이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느끼기 위해 이 책을 한  번 읽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Comment +2

  • 정윤 2012.09.12 17:18 신고

    책 읽다가 몇번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습니다.
    번역...아 이 망할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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