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이사야 벌린의 책이 한 두 권 있는데, 완독하진 못했다. 이 학자의 명성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라트비아에서 태어난 러시아계 유대인인데, 영국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었다. 23세에 옥스퍼드 대학 교수가 되었으니.
최근 <<크랙업 캐피털리즘>>을 읽다가 이사야 벌린이 '소극적(부정적) 자유'와 '적극적(긍정적) 자유'라는 개념을 읽었는데, 이를 조금 자세히 찾아보았다. 이 개념은 20세기 정치 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며, 자유주의를 다시 부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사야 벌리는 보수에 가까운 학자인데, 그렇다고 꽉 막힌 보수는 아니다.
소극적(negative) 자유는 외부의 간섭이나 제약없이 개인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타인이나 국가 등 외부의 힘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 그래서 이를 '자유로부터의 자유'라고 하며 개인의 자율성과 개인주의를 강조한다. 즉 간섭받으면 안 된다.
적극적(positive) 자유는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진정한 자기다움을 실현할 수 있는 능동적 자유를 뜻한다.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래서 '자유를 위한 자유'라고도 하며 개인의 성장과 자기 실현을 강조한다.
위 내용만 보면 별 이상할 것도 없는데, 실은 저 개념에서 더 나아가면 의외로 복잡한 정치적 해석을 불러온다. 벌린은 적극적 자유는 어쩔 수 없이 간섭을 불러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적극적 자유를 보장할 때는 전체주의나 공산주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그는 적극적 자유 대신 소극적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찰스 테일러는 비판한다. 벌린의 주장은 다소 과장되어 있으며, 소극적 자유를 보장한다고 해서 알콜 중독이나 도박 중독까지 놔두어야 하는가라고 되묻는다.
* 여기까진 이것저것 찾아서 정리한 글이다. 책을 한 번 읽고 다시 정리해야겠다. '자유'도 현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사야 벌린이라는 이름을 듣고 여성학자라고 생각한 적 있다. 가끔 외국 이름들 중 여성/남성이 혼동스러운 경우가 가끔 있다. 가령 '조지' 같은. 조지아나 조지애나 같은 이름을 줄여서 그냥 조지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성 이름으로 '조지'를 사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