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 생명체, 우주여행, 행성 식민지를 둘러싼 과학의 유감
아메데오 발비(지음), 장윤주(옮김), 황호성(감수), 북인어박스
"우리는 달을 탐험하기 위해 이 모든 길을 헤쳐왔지만, 우리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건 지구였다." - 윌리엄 앤더스(William Anders, 1933~), 1968년 12월 유인 탐사선 아폴로 8호를 타고 달 궤도에 도달함.
제목 그대로 이 책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는 우리와 현재의 과학 수준을 진단하고 있다. 아무리 머스크가 화성을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소설가와 영화감독들이 '화성'을 노래해도 우리는 화성으로 갈 수 없다. 이 책은 왜 불가능한지 하나하나,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난관이 존재하는지 말이다.
'예를 들어, 1톤의 화물을 광속 대비 10분의 1까지 가속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생산량과 맞먹는다.'(223쪽) 심지어 '빛의 속도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말 그대로 무한대에 이른다.'(224쪽) 우주를 이야기할 때, 저 별은 몇 광년 떨어져 있고 저 은하는 몇 광년 떨어져 있다고 말하지만, 그 곳에 가는 건 현재 시점에서는 언제 갈 수 있을 지 기약할 수 없다.
'지난 5억년 동안, 즉 식물과 동물이 지구 표면의 모든 영역을 차지한 이후로 적어도 다섯 번의 대멸종(Extinction event)이 일어났'(17쪽)으며, 앞으로 이러한 멸종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의 기후 위기가 지속되고 AI가 지능 폭발을 일으켜, 사람의 통제권 밖을 벗어난다면, 다시 인류는 멸종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 보니, 미래 인류를 위한 플랜B로서 아예 지구를 떠나자는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호킹은 "1,000년이나 100만년은 고사하고, 향후 100년 동안 재앙을 피할 수 있느냐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 종의 장기적인 생존의 유일한 희망은 지구에 머물지 않고,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 인류는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 ' (61쪽)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큰 적은 우리 자신이다.'(55쪽) 우리는 지구에 살면서 지구에 대해 너무 형편없이 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화석연료를 멈추고 비용 효율성 따윈 포기하고 환경 보호에 앞장서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펑펑 사용하면서 우주를 향한 꿈을 꾸고 있는 꼴이라니. 그러나 '우주는 우리가 곧잘 정의하는 '아름다운 곳'과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공간이다. 차갑고, 어둡고, 텅빈 곳이다. 특히 생명체에게 극도로 적대적인 곳이다.'(79쪽)
위 도표에서 이야기하듯 우리는 지구 대기 밖으로 나간 사람들조차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런데, 화성이라니!
머스크가 당장 염두에 둔 것은 화성으로의 저비용 운송 기반('행성 간 운송 체계Interplanetary Transport System'이라고도 함)을 구축하는 것이다.(137쪽) 그리고 머스크의 구상에는 사람들을 화성에 보내는 방법만 있을 뿐, 그 외 모든 것이 빠져있다. (139쪽)
특히 18세기 산업혁명 이후로 여러 개발 지표들의 성장은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20세기 중반부터 그 정도가 더 두드러졌다. 이 현상은 이른바 '대가속(The Great Acceleration)'으로 불리며, 에너지와 물소비, 비료 사용, 세계인구와 도시인구, 교통 및 통신망, 그리고 악명높은 국내총생산(GDP) 등 오늘날 여러 측면의 급격한 변화를 설명한다. (56쪽)
지구가 본격적으로 환경적 위기 상태로 들어간 것은 산업혁명 이후이며, 특히 최근 100여년에 집중되어 있다. '인류세'라는 단어는 인간이 지구의 운명까지 흔들어놓기 시작하는 시대라는 뜻이다.
1972년, 마지막 우주인들이 달에서 떠나던 해에 지구적 유한성에 관심을 가진 학자들로 구성된 '로마 클럽(Club of Rome)'은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234쪽)
막상 이렇게 적고 보니, 뭔가 환경 보호, 지구 보호 책으로 오해받을 것같은데, 이 책은 엄연한 과학책이다. 심지어 화성까지 보내기 위해 우주선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화성으로 가기 위한, 현재 수준에서 가능한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이론적으로 논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책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내용까지 등장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못 읽을 수준은 아니다. 어쩌면 쓸데없는 화성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겐 현실적인 지침서가 될 것이다. 결국 지구를 보호하고 사랑해야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되겠지만.
지구는 우리의 진짜 우주선이다. 우리가 능력을 발휘하고 의문을 품으며 해결책을 창조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지구는 여전히 많은 세대에게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2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