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드리븐 디자인 - UX 디자이너를 위한 데이터 마인드 안내서
이현진(지음), 유엑스리뷰
오프라인 서점에 가지 않으니, 어떤 책들이 출간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도리어 동네 도서관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잦아졌는데, 이 땐 도서관 사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내가 거주하는 곳의 도서관 사서는 꽤 유능해서 좋은 책들 구입해 갖다놓는다. 이 책도 그렇게 접하게 되었다.
조금 길긴하지만, 우선 프롤로그에 적힌 저자의 글을 옮긴다.
이 곳의 디자이너들은 데이터를 잘 아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을 데이터 셋의 변수와 값으로 해석한다. 이 변수와 값들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모델을 따르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서비스 현장에서 얻은 다양한 측정값에서 미지의 데이터 모델을 발굴하기도 하고, 기존의 데이터 모델에 새로운 변수를 추가하기도 하며 변화를 예측한다. 데이터 모델은 시장과 사용자의 상황에 따라 모니터링되며 유기적으로 변화한다. 서비스의 가치는 실시간으로 평가되며, 디자이너들은 필요시점에서 서비스를 지속해 나갈지 새 데이터 모델로의 변경이 필요한지를 판단한다. 디자인 리서치는 기존의 데이터 모델을 분석하고 새로운 데이터 모델을 구축하는 활동이 되고, 아이디어 스케치와 프로토타이핑은 변수 정의와 범위 값, 그리고 이들의 상관관계를 도출하는 일이며, 디자인 평가는 가설 검증과 데이터 예측 모델을 구축하는 일이며, 디자인 프로젝트 관리는 서비스별 데이터 셋과 프로젝트 대시보드를 관리하는 것으로 수행된다. 디자이너가 관리하는 서비스들은 변수들의 상관관계 모델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그리고 유기적으로 변화하며 생애 주기를 이어간다. 서비스들은 복잡하고 상호 의존적인 선의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마치 정원사가 오래된 경험을 관리하듯이 서비스들의 연결된 생태계를 이해하고, 에코시스템이 지속 가능하도록 관리한다. (11쪽 ~ 12쪽)
하지만 이렇게 접근하는 디자이너를 실무 현장에서 만나긴 쉽지 않다. 실은 디자인 업무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디자인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를 고민한다면, 대부분의 디지털 기업 내 서비스 기획 조직에 있는 모두를 디자이너라고 불러야 하는 시대가 아닐까 싶다. 나 또한 그렇게 접근하고 있으니까.
저자는 데이터가 중심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디자이너가 어떻게 업무를 대하고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들을 소개하며 자신의 실제 사례를 알려준다. 특히 인공지능의 등장은 디자이너의 역할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결론적으로 연구 팀은 디자이너-인공지능 엔지니어의 여러 협업 사례들을 분석하여 UX 디자이너의 역할을 다섯 가지로 제시하였다. 첫째, 구현된 인공지능 모델 프로토타입 제작과 샘플 데이터 테스트 수행, 둘째, 데이터 생성 중심의 어피니티Affinity 구축, 셋째, 개발 기술 및 백 엔드 시나리오까지 포함하는 서비스 시나리오 개발, 넷째, 서비스의 사용자가 참여하는 인공지능 디자인 진행, 다섯째, 서비스테스팅 데이터에 대한 심층 분석이 그 역할이다. 또한 디자이너가 인공지능 서비스 모델 구축에 참여하듯이 인공 지능 엔지니어들도 인공 지능 서비스의 UX 개발에 처음부터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53쪽)
결국 디자이너는 서비스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여하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이는 실제 현장에서는 쉽지 않다. 왜냐면 이렇게 일을 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개념적으로도 알 뿐 아니라 기본적인 정보나 지식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자신의 업무를 어떻게 하면 빠르고 신속하게 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결국 얻는 것은 시간이며, 잃게 되는 것은 자신의 본질적인 경쟁력이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더블다이아몬드모델을 기반으로 할 때 데이터 기반 디자인 업무의 흐름을 모델링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그렇게 많지 않다. 다행히 나는 여러 차례 경험을 한 바 있어 아래의 흐름에 대해서 이해를 가지고 있다.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만 '다수의 디자인 해결안 데이터 생성'을 할 수 있다. 결국 사용자의 관점에서 데이터셋까지도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자들은 기술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정리하고 의사결정을 하지만, 디자이너는 최종 사용자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프로토타이핑을 하기 때문에 디자인 해결안이 나왔을 때, 데이터셋까지도 다시 조정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이제 관심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디자인 업무를 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해주겠지만, 실은 인공지능 서비스/프로덕트에 대한 디자인도 매우 중요해지는 시기가 될 것이다. 저자는 크게 4가지 방향으로 디자인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 디자인의 객관화와 표준화 : 먼저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자인한다는 것은 우리가 디자인하는 대상과 관련한 모든 정보들이 수집, 변형, 편집, 저장, 재사용 가능한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되는 과정을 겪는다는 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정보들은 디자이너 조직 내부에서만 통용되던 비정형적인 블랙박스Black Box 데이터에서 이해 당사자 누구나 접근 가능한 객관적인 글라스박스Glass Box 데이터가 되고 누가, 언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가 협업자 간에 투명하게 공유될 것이다.
- 디자인의 패턴화와 자동화 : 일단 어떤 정보가 패턴화된다면 그것은 구성 요소의 재사용과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학습하여 다양한 섡택지로 개발하고 성능을 최적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 패턴화된 다수의 디자인 업무는 인공지능의 몫으로 할당될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부여받은 디자인 업무들을 대량으로 재생산되고 빠른 속도로 반복 수행될 것이다.
- 디자인의 대규모화와 시스템화 : 디자인의 표준화와 자동화의 다음 종착역은 디자인 프로젝트의 대규모화가 될 것이다.
- 새로운 디자인 유형의 탄생 : 결국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디자인은 인간의 손을 떠나 인공지능에게 맡겨질 것이고, 인간은 더 자유롭고 인간적인 디자인 영역을 찾아갈 것이다. (...) 인공지능기술과 협업하고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일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들은 데이터를 창의적인 표현 도구로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할 것이다. (72쪽 ~ 75쪽, 발췌)
얼마 전에 "AI 기반 프로덕트을 위한 UX"라는 주제로 세미나 발표를 했다. 이 때 이 책의 도움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접근했으면 좋겠다. 특히 AI에게 필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이다. AI의 발달은 우리의 기대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앞으로 인류의 미래는 AI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 업무에 속한 이들 뿐아니라 디지털 업계에 있다면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