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마다 꺼내드는 책들이 있었다. 루이 알튀세르의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오래 전에 출판된 임화의 시집, 게오르그 루카치의 '영혼과 형식', 그러고 보니, 이 책들 모두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엔 이 책들을 읽지 않는다. '힘들다'는 다소 모호하지만, 여하튼 요즘엔 이 책들을 읽지 않는다. 어쩌면 힘들다고 할 때의 그 이유가 다소 달라진 탓일 게다.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를 보냈던 20대엔 대부분의 고초는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똑같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30대의 고초는 경제적이거나 업무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다음 주 수요일에 파리로 가서, 다다음 주 초엔 터키 이스탄불로, 다시 그 다음 주엔 파리로, 그리고 그 주말에야 비로소 서울로 돌아온다. 빠듯한 재정 상황 속에서 가는 아트페어 참가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오후엔 이스탄불에서 독촉 전화가 왔다. Deadline이 내일이라고 서류들을 챙겨서 보내라고 한다. 할 일이 밀리는데, 책상은 어지럽고 컴퓨터의 파일들은 뒤죽박죽이다.
유로 환율은 왜 이 지경이 되어서 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걸까. 내가 참가 했던 지난 아트페어들을 챙기면서 몇 장의 사진을 올린다. 남는 건 이런 사진들과 갤러리와 작가들 명함들 뿐이다.
작년 이스탄불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정리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 여행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자기 전에 기도해야 겠다. 보이지도, 경험되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신에게. 조금만 더 행복해지고 윤택해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