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 불빛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거미줄 끄트머리에서 여름밤
바람은 찰라를 머물다 지난다. 그 머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 속삭
이는 풍경을. 거미줄 한가운데 어린아이 손톱 크기만한 거미가 앉아있
었다. 그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끊어질 듯한 세계지만, 그 세계 속으
로 무수한 것들이 스치고 지나감으로.
불면증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런 날 억지로 잠을 청하다 종종
가위에 눌려 새벽에 놀라 깨기도 한다. 이런 날 자장가를 불러줄 여인
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난 그 여인 대신 턴테이블이
나 시디 데크에 음반을 올려놓고 잠을 청한다. 그러나, 음반이 끝날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꼭 다시 일어나 한 번 더 바늘을 올려놓든
지, 플레이버튼을 누르지만.
TELDEC에서 "바흐전집"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때까
지 녹음된 모든 바흐의 음악을 전집으로 내겠다는 것이다. 족히 몇 백
장은 나올 이 전집은 벌써부터 바흐 매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요즘은 Lisa Ekdahl이라는 71년에 태어난 여자의 재즈 보컬을
듣고 있다. 그냥 편안한 목소리다. 가냘프고 여린, 꼭 풀잎에 맺힌 이
슬같은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