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Journal de deuil
롤랑 바르트(지음), 김진영(옮김), 이순
이 책은 바르트의 어머니인 앙리에트 벵제(Henriette Binger)가 죽은 다음부터 씌여진 메모 묶음이다. 그의 어머니가 1977년 10월 25일 사망하고, 그 다음날 10월 26일 이 메모들은 씌어져 1979년 9월 15일에 끝난다. 그리고 1980년 2월 25일 작은 트럭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 롤랑 바르트는 한 달 뒤인 3월 26일 사망한다. 그리고 그 해 쇠이유 출판사를 통해 이 책이 나온다.
롤랑 바르트 팬에게 권할 만한 이 책은 두서 없는 단상들의 모음이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으로 씌어지는 이 책은 짧고 인상적이다. 롤랑 바르트 특유의 문장들을 만날 수 있고 그의 슬픔에 대한 인상, 분석, 인용들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깊이 있는 분석이 있거나 설명이 있지 않으니, 독자들에겐 친절하지 못한 책이다. 문학비평가이자 이론가, 혹은 철학자로 알려진 롤랑 바르트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는 것도 적절하지 않으니, 이 책은 롤랑 바르트의 책 몇 권을 이미 읽은, 그리고 롤랑 바르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실은 아직도 사람들이 롤랑 바르트를 읽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꽤 오랜 기간 동안 롤랑 바르트를 읽지 못했음을 알고 꽤 슬펐다. 내가 읽었던 몇 권의 책, '롤랑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 '사랑의 단상', '작은 사건들', '이미지와 글쓰기', '카메라 루시다(밝은 방)', ... 그러고 보니, 이 책들을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는지 조차 모르겠으니, 나는 참 오래 떠나 있었다.
이 책은 그가 죽기 전 발간된 책인 '카메라 루시다'에 대한 배경을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역자는 후기에서 푼크툼을 이야기하며, 이 책 - 애도일기 - 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니, 아직 '카메라 루시다'를 읽지 않았다면, '애도일기'와 함께 읽으면 좋다.
(아래 사진들은 애도일기의 표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