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그냥 비관적인 전망

지하련 2025. 1. 25. 15:01

 

어차피 내가 이 세상에 대해서 아는 건 단편적이다. 그리고 그런 단편적인 것들으로 어떤 연결고리를 만들면 아래와 같다. 요즘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1.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 조선이라는 나라를 상당히 높이 평가했다.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는 지식인들이 정치를 좌우하던 유일한 나라. 한 가문으로 오백년 이상 유지된 유일한 나라. 성리학과 정도전의 체계로 오백 년 이상 버틴 나라. 그러나 지금은 전혀 아니다.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사악한 노예사회. 아비의 신분이 아닌 어미의 신분을 따라가는 보기 드문 나라. 노비문서가 있어 노비가 재산처럼 넘겨지던 나라. 소수의 지식인들은 싸웠으나, 대부분의 지식인들, 양반, 선비라고 하던 작자들은 자신의 안위만 살폈던 나라. 그런 나라였다. 심지어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나라를 버리고 만주에 가서 그 지역의 군주가 되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군주를 전쟁이 끝난 후에도 임금으로 모셨다. 

 

조선이 무너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성리학적 체계가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지위를 유지하는 걸 잘 알고 있었던 양반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원군이 쇄국 정책을 하게 된 배경도 이것이다. 지식은 양반들의 소유였고 평민 이하는 접근하지 못했으니, 19세기 그 무수한 민란의 와중에도 정부 관리는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 도리어 백성들은 그 관리에게 읍소하며 자신들의 곤궁한 형편을 임금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냥 나라 전체가 답이 없었다. 무지한 백성을 깨우치기 위한 노력은 한일합방이 되기 몇 해 전에서야 일부 지역에서 시작되었을 뿐이다.

 

2.

조선의 기득권 세력들은 자신들의 탓, 그들 조상들의 탓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졌고 결국 일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여기에 책임이 있는 대부분의 양반들은 부끄러움도 모른채 모두 일본으로 배를 갈아탔다. 한일합방에 분개한 일부는 재산을 팔아 만주로 가거나 목숨을 끊었지만, 이건 일부다. 합방 이후 수십년 동안 천천히 많은 이들이 일본와 같은 배를 탔다. 그런데 일본이 패망하자, 일본에 붙었던 기득권층들은 대놓고 다시 미국으로 붙었다. 우습게도 이승만은 이것을 용인했고 이용했으며 자신의 기득권을 세웠다. 김구는 암살당했다. 4.19가 일어났지만, 일본군 장교 출신은 박정희가 정권을 잡았다. 박정희의 치적은 무수히 많으나, 그는 역사적 평가에서는 언제나 일본군  장교란 딱지는 계속 달고 다녀야 한다. 더구나 일본육군사관학교 57기로 들어가 수석으로 졸업했을 정도니. 

 

3. 

일제 식민지 때 기득권은 다시 현대 한국에서도 기득권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속에서 '반공'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입지를 다시 세운다. 이것이 거대 보수 우파 정당의 시작이다. 아직도 이들의 입에서 빨갱이가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들은 공산주의라는 명확한 적을 두고 뭉쳤기 때문이다. 명확한 적을 상정하지 않으면 지탱이 어려운 집단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적은 보이게 하고 없는 적은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적은 아직도 공산주의자들인가? 북한에 동조하는 이들인가? 아니 아직까지 동조하는 이들이 있다면 정말 바보 아닌가. 아니면 중국인인가? 일본인인가? 

 

4. 

한국은 어제의 한국이 아니다. 하지만 이 나라의 기득권은 조선 이래로부터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살아남았고 아직도 잘 살고 있다. 아마 내 생각엔 계속 살아남아 기득권을 유지할 것이다. 아직도 한국은 노비사회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자신도 모른 채 노비로 태어났다면, 지금은 스스로 노비가 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나라의 리더는 그 나라 사람들의 수준을 말해준다. 이미 여러 차례 잘못된 리더들을 투표라는 제도를 통해 국민들은 선출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번에는 다행히 막았지만, 다음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 국민의힘은 아직도 대통령과 한 편이 되어 저 추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왜냐면 그들의 눈에는 국민들은 조선 시대의 노비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대표들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법원 창을 깨어 들어간 것이다. 얼마나 웃긴 짓인가. 정말 한심한 바보들이지 않은가. 나는 그들과 다르다고? 웃긴 소리다.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다. 

 

5.

왜 탄핵이 될 거라 믿는 거지? 이미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 진출이나 투자를 보류했다. 주가를 빠졌고 한국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다. 나는 이미 2008년부터 경제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문제라고 떠들었다. (참고. 유종일, <<위기의 경제>>) 하지만 사람들은 경제가 문제라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기 때문에 정치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경제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는 걸 사람들은 아직도 모른다. 영국 경제가 저 지경이 된 것도 정치 때문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