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HAKGOJAE 1988-2008
THE 20TH ANNIVERSARY EXHIBITION
LEE UFAN ROMAN OPALKA GIUSEPPE PENONE GUNTHER UECKER
비평이란 기생하는 것이다. 작품에 기생해, 작품의 진가를 알리는 핑계로, 글이 우아해지고 깊이를 가지기를 바라며 내심 글쓴이까지도 인정받기를 바라는, 기생하면서 바라지 말아야 할 것까지도 바라는 기생물이다. 많은 전시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지만, 그 모든 경험을 글로 남기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좋은 전시, 좋은 책, 좋은 음악을 글로 남기는 것이 더 어렵다. 그냥 한 마디로, ‘가서 꼭 보세요/사서 꼭 읽으세요/반드시 들어봐야 해요’ 정도로 끝내면 안성맞춤인데, 그러면 아무도 움직이질 않으니, 그것이 문제다.
몇 달 전 전시를, 이제서야 글로 남긴다. 올해 기억남을 전시들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이는 ‘SENSITIVE SYSTEM’은 현재 프랑스 생테티엔느 미술관장으로 있는 로랑 헤기(Lorand Hegyi)의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그의 섬세한 감수성과 직관은 삶과 타자와 대화하고 관조하면서 배려하려는 일련의 작품들을 모은 뛰어난 전시를 만들어내었다.
숲의 호흡을 느낀다…
마리팀 알프스 프로젝트 - “이 부분을 제외하고 나무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주제페 페노네 1968 - 1978
(전시된 작품 아님)
그의 관심사는 생명이다. 말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대화를 던지는, 침묵의 수다를 즐기는 나무들에 대한 탐구가 그의 작품이다.
페노네는 의도적으로 나무의 삶에 개입하면서 나무의 생명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 생명이 지속되는 시간에 대해 탐구한다. 유기적 우주 속으로 들어가, 그 우주의 변화와 생성을 마주하면서 도리어 인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Giuseppe Penone, Propagazione, 1995, china ink on paper and felt-tip on wall, 70x50cm
Gunther Uecker, "Igel" | 1964 | nails on canvas on wood, color and graphite | 87x87cm
(전시된 작품 아님)
출처: http://www.akiraikedagallery.com/pe_aes_uecker.htm
그리하여 작품은 새로이 뭔가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 주장은 뭔가로 온통 뒤덮이기 때문에 기존 작품은 거의 알아볼 수 없다. 이것이 바로 거부하는 행위이다. 마치 거울처럼 세상을 비추어보는 나의 망상을, 나의 예술적 기만을 비난하는 것이다. 그 효과가 지속되기에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의미는 변질된 과거의 미학적 선례를 나는 폭로함으로써 규탄한다. 그것은 마치 홀연히 불어온 바람이 잔잔한 호수를 뒤흔들어 놓듯이, 가능성의 회오리가 나를 위협하며 짓눌러 오는 것이다. 나의 내면에 자리잡은 그것이 이제 무엇인가를 창조하기 위해 나오려 하고 있다. - 귄터 워커, 1991
귄터 워커의 작품 속에는 미학적이고 형식적인 어떤 것을 파괴하려는 욕구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면도칼, 못과 같은 오브제를 사용하면서 미적 형식을 거부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거부의 행위는 작품의 미적 완결성을 파괴하면서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미학주의를 향해가는 듯 보인다. 그래서 그의 작품 앞에 있으면 꼭 자기 마음의 벽을 누군가가 긁어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우리 마음 속 깊이 숨어있는 어떤 상태를 끄집어내기 위한 고도의 심리적인 작업인 셈이다. 그의 작품들이 일종의 주술이면서 제의적인 함축성을 지니게 되는 것도 이런 심리적인 의도에서 연유된다.
출처: http://photokej.wordpress.com/tag/museum/
출처: http://www.dorotheum.at/dorotheum/presse/newsdetails/archive/vorberichte/von-kornbauern-und-melonenessern-jubilaeumsauktionen-teil-iv-vom-26-30-november-2007.html?tx_ttnews%5Bpointer%5D=4&cHash=20bed62d2c
Roman Opalka, 1965/1-∞ Detail 4875812 - 4894230, Acrylic on canvas, 196x135cm
Lee Ufan, Dialogue, 2007, Oil on Canvas, 218x291cm
로만 오팔카에 대해선 다른 글을 통해 소개한 바 있어, 이 리뷰에서는 적지 않는다. 그리고 이젠 너무 유명해져버린 이우환에 대해서도 적지 않겠다. 대신 그의 작품이 미술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것만큼, 그의 작품성이 제대로 이해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질 뿐이다.
* 위 글에 인용된 이미지들은 갤러리 학고재 웹사이트에서 가지고 왔음을 알려드립니다.
갤러리 학고재 웹사이트 : http://www.hakgojae.com/
* 그외 이미지들에 대해서는 출처를 밝혔습니다. 귄터 워커가 나온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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