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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히페리온의 노래 

J. Ch. F. 횔덜린(지음), 송용구(옮김), 고려대 출판부 




"우리는 시를 향해 나아가고,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삶이란, 제가 확신하건대 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시는 낯설지 않으며, 앞으로 우리가 보겠지만 구석에 숨어있습니다. 시는 어느 순간에 우리에게 튀어나올 것입니다." 

- 보르헤스, <시라는 수수께기> 중에서(<<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박거용 옮김, 르네상스, 11쪽) 



시는 아무래도 원문 그대로 읽어야 제 맛이다. 번역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동일한 단어라고 언어마다 그 어감이나 뉘앙스, 풍기는 멋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글로 옮겨서 밋밋한 시라도 원문으로 읽으면 풍성한 느낌을 주는 시일 수 있다. 몇 해 동안 영시를 읽으면서 배운 바라고 할까. 


횔덜린에 대해선 익히 들어왔으나, 그의 시를 제대로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백 여년 전 독일 튀빙겐, 헤겔과 셀링이 있었고, 루소의 사상과 나폴레옹의 혁명 공화정이 유럽을 지배하던 시절, 신고전주의자들과 낭만주의자들이 뒤섞여, 서서히 싹트던 민족주의적 이상을 노래하던 그 때, 그 당시 가장 위대한 시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모든 이들이 프리드리히 횔덜린이라고 말할 것임에 분명하다. 


만약 내가 독일인이라면, 그의 <독일인의 노래Gesang des Deutschen>은 놀랍도록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호소력 짙은 시가 될 것이다. 지금도 그러한데, 그 당시에는 어땠으랴. 하지만 한글로 읽는 이 시집은 횔덜린을 앍고 그 시절의 분위기, 그리고 강렬한 이상과 염원으로, 그리스 고전주의적 미학을 성취하고자 할 때의 시학이 어떠한가를 알 수 있겠지만, 시 특유의 감미로움이나 위안, 서정적인 표현이나 비유를 즐기기에는 너무 관념적이라고 할까. 


그래도 시 읽기란, 잠시 내 몸과 마음을 놓고 쉬어갈 수 있는 휴식일 것이다. 


이 시집만 읽는 건 재미있을 듯하지 않고 그 당시 독일의 분위기라든가, 독일 문학 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더 흥미로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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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행복 - 10점
츠베탕 토도로프 지음, 고봉만 옮김/문학과지성사


츠베탕 토도로프(지음), <<덧없는 행복 - 루소 사상의 현대성에 관한 시론>>, 고봉만(옮김), 문학과 지성사, 2006년 1판 1쇄




결국 루소는 도덕적 개인individu moral로 향한다. 이는 <<에밀>>의 귀결이기도 하다. 사회 상태와 자연 상태의 대립이라는 루소 사상의 큰 틀은 그 대립의 어정쩡한 화해로 무마되는 셈이다. 루소의 방황들은 ‘자신의 보편적 정신, 자신의 미덕을 다른 개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발휘’하며, ‘결혼을 하고 가까운 사람들을 사랑’하며, ‘자신의 국가를 존중’하고 ‘인류를 위해 몸을 바치는’ 도덕적 개인을 권하며 끝난다. 그리고 토도로프는 책의 말미에다 이렇게 적는다.


     루소는 ‘에밀’에서 다음과 같이 적는다. ‘인간을 사회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 약함이다. 우리의 마음에 인간애를 갖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바로 그
   비참함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그처럼 우리 자신의 나약함으로부터 우
   리의 덧없는 행복은 생겨난다.’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루소는 매우 선명하다. 토도로프는 루소의 사상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루소 사상의 귀결은 ‘덧없는 행복’이었으며, ‘도덕적 개인’이라는 점은, 이 책 초반에서 설명하던 루소 사상이 가진 에너지와는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인다.



실은 어쩔 수 없는 귀결일련지도 모른다. 인간애(휴머니즘)란 무한하고 빛으로 가득 차있는 신의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단호하게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와는 단절되어져 있다고 말했던 어떤 시대와 어떤 개인들의 생과 이 세계를 향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면, 그 몸부림의 귀결이 신이 사라진 이 세계 속에서 개인과 사회의 평화로운 화해를 바라며, 유한한 인생 속에서 실현가능성이 높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결론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성이란 이러한 결론을 향해가는 일련의 과정일 지도 모른다. 신의 세계에서 떨어져 나왔고 신의 세계로 되돌아갈 수 없으며 되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부딪히는 생과 이 세계의 비참함이 가져다주는 우울한 배반감과 절망 속에서 우리의 바람과 희망은 결국 실현되지 못할 테니 말이다. 루소의 저 덧없음은 젊은 날 가슴 속에서 밝게 빛나는 한 점 별빛을 향해 무수한 방황을 거듭하던 영혼들이 결국은 지쳐 되돌아와 앉던 그 자리들이였는지도 모르겠다.

-----

* 2011년 1월 4일 덧붙인다.

오늘 펭귄 클래식 한국어판에서 새로 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받았다. 그리고 머리말에 츠베탕 토도로프의 글이 실려있었다. 토도로프라는 이름에, '덧없는 행복'을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그만큼 '덧없는 행복'이라는 책은 루소 해설서로 탁월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는 문학이론가로만 알려져 있던 토도로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내 서평이 제대로 책을 소개하고 있지 못해 안타깝지만, 츠베탕 토도로프의 '덧없는 행복'은 매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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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중현 옮김, 한길사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다고 느낄 때, 진정으로 그러하다고 느낄 때, 그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란 몇 가지 밖에 없다. 그 첫 번째가 죽음이며, 그 두 번째는 죽음이 무서워 벌벌 떨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정도. 그 외에도 있겠으나 내가 아는 바는 이 두 가지뿐이다.

그러니 그-루소-가 정말 '고독'했는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 책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루소의 두 가지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다. 하나는 그 나쁜 놈들, 자신을 미워하고 모함했던 자들에 대한 증오이며 나머지 하나는 그 증오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산책'이란 삶의 거친 풍랑 속에서 살아남은 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행위들 중의 하나이다. 루소의 산책은 그러한 매력이 그저 산책이라는 행위로 기인된 것이 아니라 이성과 감성, 논리와 감정, 합리와 모순 사이에서 갈등하며 스스로의 길을 가려고 노력하는 정신에서 나온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이제 나는 이 지상에 혼자다. 오직 나 자신뿐, 형제도 이웃도 친구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애정이 넘치는 한 사람이 이렇게 그들에게서 만장일치로 추방되었다."


"행복이란 이승의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지 않은 어떤 항구불변의 상태다. 지상의 모든 것은 끊임없는 흐름 속에서 아무 것도 불변의 형태를 갖지 못한다.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은 변화한다. 우리 자신도 변한다. 그러므로 아무도 그가 오늘 사랑하는 것을 내일도 사랑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그처럼 인생을 위한 우리의 모든 지복의 계획들은 망상일 뿐이다."


아무렇게나 인용한 두 단락 속에서 루소가 바라보는 세계관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세계관과 대치되는 곳에 '산책의 세계관'이 위치한다. '자연관'이라고 해야 더 옳을 듯한 루소의 그 세계는, 솔직히 나에겐 별 호소력 없는 세계다. 그건 늙은이의 세계다.

이렇게 말해도 옳다면 실존의 세계에서 방황하다 존재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몸부림 속에서 나온 세계관이라 칭하고 싶다. 난 끔찍하기 그지없는 실존의 세계 속에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싸우고 있기 때문에, 루소의 '산책의 세계관'은 감동적이지 않다. 차라리 그의 증오가, 그의 미움이 더 매력적이다.





고독한산책자의몽상-개정

장자크루소 저 | 김중현 역 | 한길사 | 2011.01.07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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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책'이란 삶의 거친 풍랑 속에서 살아남은 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행위들 중의 하나이다." 멋진 문장입니다. 지하련 님의 글을 보고 있자니, 어쩔 수 없이 이 책이 보고 싶어지네요.^^

    - 현선 드림

    • 읽어볼 만합니다. 루소가 워낙 매력적인 인물이기도 해요. ^^~. 이 책을 읽은 지도 꽤 되었네요. 올핸 루소의 다른 저서 한 권 정도 읽어야겠군요. 그리고 너무 과찬이세요. ^^ 이 책을 쓸 당시 루소의 처지가 그랬고, 그걸 문장으로 적어본 것에 불과합니다. ㅎㅎ

  • 2014.01.24 18:4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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