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몰트 3

벤로막Benromach 10년

벤로막 10년 Benromach 10y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speyside) 벤로막 증류소 예전만큼 술을 마시지 못하고 술을 마시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마시는 탓에 최근 많이 줄인 상태이지만, 좋은 술 앞에선 흔들린다. 한동안 와인을 집중적으로 마시다가 최근엔 전통 소주와 위스키로 넘어갔다. 블랜디드 위스키나 버번 위스키보다 묵직한 피트에 빠져, 최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는 '아드벡'으로 바뀐 상태다. 이 위스키에 대해선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얼마 전에 마신 벤로막 10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익히 가성비 갑이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이 정도로 훌륭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목넘김, 상당한 밸런스, 풍부한 과실향과 스모키함 등 적절한 균형미를 가지고 있었다. 싱글 몰트 입문용..

독한 술의 위로

작년에 알게 된 술들이 몇 가지 있다. 탈리스크나 라프로익 같은. 그러다가 가장 입에 맞는 술은 아드벡이었다. 일을 하다 스트레스로 인해 폭발 지경에 이르러 사무실 근처 위스키바에 가서 위스키를 마셨다. 나이가 들면 안정적이 되고 쉽게 솔루션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걸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는 걸 몰랐다. 어찌되었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이 나라는 사실은 내 일상을 참 피폐하게 만든다. 주장, 혹은 그것에 따른 실행, 한 마디로 권한 뒤에는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앞의 것에 대해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지만, 뒤의 것에 대해선 갖고 싶어하지 않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의 학교에서는 '책임'에 대해서 제대로 ..

한 잔의 깔바도스

술 기운이 확 올라왔다. 피곤했다. 지쳐있었다. 어쩌다 보니, 다시 프로젝트의 한복판에 있었다. 자주 술을 마신다. 팀원을 다독이기 위해서 마시고 나를 위로하기 위해 마시고 이런저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신다. 블로그도 뜸하다 보니, 오는 사람도 뜸해진다. 레마르크의 을 읽다보면, 사과로 만든 술 '깔바도스'가 궁금해진다. 사과향이 확 올라오지만, 끝은 무겁고 까칠하다. 거친 사내의 느낌이다. 둔탁하지 않고 날카롭다. 적당한 바디감이지만, 부드럽지 못해 살짝 불쾌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연거푸 마셔 한 잔을 빠르게 비운다. 비운 만큼, 내 마음의 때도 알코올 향 따라 사라질려나.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올해의 반성이니 결산이니 하는 건 사치다. 그저 술을 마실 뿐이다. 이렇게 술을 마시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