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지음), 김용재(옮김), 봄날의책 소설을 다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몇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당신한테는 내 말이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일요일 아침마다 아버지를 모시고 동물원에 가보면 짐승들은 더욱 짐승다웠어, 긴 몸통을 지닌 기린의 고독은 슬픈 걸리버의 고독과 유사했고, 동물 묘지의 묘석에서는 푸들 강아지가 괴로워서 우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어. 콜리제우 극장의 야외 통로 냄새가 나는 동물원은 노처녀 체육 선생 같은 타조와, 엄지발가락 건막류로 절뚝거리는 펭귄과,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처럼 한쪽으로 머리를 기울이고 있는 코카투 같은 이상한 새들로 가득 찬 새장 같았지. 게으르고 비대한 하마가 수조에서 느릿느릿 움직였고, 코브라는 부드러운 나선형 똥 무더기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