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첼리비다케의 음반 두 장

지하련 2009. 3. 8. 22:12


 



Sergiu Celibidache - Tchaikovsky Symphony No.5 - 10점
세르게이 첼리비다케 (Sergiu Celibidache)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유니버설(Universal)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음악들은 한결같이 음표 하나 하나, 마디 하나 하나 꽉꽉 눌려, 소리가 만들어내는 공간에 빈틈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밀도감을 느끼게 한다. 소리는 낮게 깔리고 힘이 있으며 부드럽지만 절대로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견고함을 가지고 있다. 

푸르트벵글러가 죽고 난 후, 베를린 필의 후임으로 예상되었던 세르주 첼리비다케가 정말로 베를린 필을 이끌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유능한 비즈니스 맨이거나 아니면 귀가 안 들리는 인간" 카라얀 대신 말이다. 

악보의 사소한 부분들까지 완벽하게 암기하여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괴롭혔던 첼리비다케는 단원들이 지쳐 쓰러질 정도로 연습을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만약 음악이 토스카니니가 주장한 것처럼 음표(악보)에 있다면 그는 위대할 지 모른다."라고 전제하고 나서 첼리비다케는 자기의 음악론을 피력한다.
음악에 기적은 없다. 다만 노력이 있을 뿐이다. 음악은 본래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음악은 조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음향(음악)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강한 집중력으로 오랜 기간 동안 연습을 거듭해야 한다. 적당주의와 타협하느니 차라리 아무 일도 안 하는 편이 낫다. 
- 안동림 교수의 음반 해설 중에서